치치댁 뉴질랜드 일상

180920 | 은혜가 보낸 소포, 비트윈 회식, 쥐꼬리 첫 월급 본문

뉴질랜드 정착기

180920 | 은혜가 보낸 소포, 비트윈 회식, 쥐꼬리 첫 월급

치치댁 2023. 11. 1. 12:21

(NZ+260) 목요일. 맑음

  • 은혜가 보낸 소포
  • 화요일 휘윤 씨 마지막 비트윈 회식
  • 풀리기 시작하는 날씨
  • 쥐꼬리만 한 첫 월급

저번주 금요일에 내가 집에 없을 때 소포가 도착해서 아주머니께서 소포를 찾으러 오라는 종이를 부엌에 올려두셨는데, 최근에 나에게 소포를 보내겠다고 했던 사람이 없어서 그 종이가 내 거라고 생각도 못했다. '누구 거지?' 하고 봤다가 내 이름이 적혀 있어서 오잉 했다. 궁금해하며 주말을 보냈는데 때마침 은혜한테 소포 아직 못 받았냐는 연락이 왔다. 보낸 사람이 은혜였구나! 찾으러 가야 되는데 계속 시간을 놓치다가 어제 드디어 찾아왔다. 소포를 뜯어보니 맨 위에 손편지와 시리즈로 된 책이 일곱 권 들어 있었다. 책을 잘 읽지 않는 나는 이걸 언제 다 읽나 하는 생각을 했는데 편지를 읽어보니 만화책이래서 마음이 놓였다. 애기 보면서 힘들 때 이 책을 보고 힐링이 됐다는데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가족 아닌 사람한테서 받는 세 번째 소포. 떨어져 있으면 따로 기억하기 어려운데 이렇게 챙겨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참 고마운 일이다. 생각지도 못했는데 이렇게 서프라이즈로 받는 건 더더욱. 1권은 세 챕터로 구성돼 있었는데 오늘 아침에 한 챕터를 읽었는데 재밌었다. 찬찬히 읽어야지.

화요일에는 비트윈 회식에 불러주셔서 다녀왔다. 휘윤 씨 마지막 날이었다. 휘윤 씨 나랑 같이 일 시작했었는데. 나는 기억 못 하지만 휘윤 씨는 같은 날 면접이어서 나를 봤다고 했다. 남은 워홀 기간 동안 여행 할 거라는데 좋겠다... 엄청 큰 방어를 잡아서 회도 뜨고 매운탕도 끓이셨는데 나는 생선을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도 맛있었다. 회사를 다니니 더더욱 비트윈에서 일할 때가 행복했구나 싶다. 그때는 또 그때의 고민이 있었지만 사람들도 좋고 으쌰으쌰 하는 분위기도 좋았는데. 가끔 이렇게라도 얼굴을 볼 수 있어서 참 좋다. 사회생활의 친정 같은 느낌이랄까. 나는 호스피탈리티가 안 맞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물론 종종 멘붕 오고 잘 못하는 걸 보면 적성은 아니긴 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회사보다 카페에서 일할 때가 더 활기차고 재밌었다.

저번주까지만 해도 겨울이었는데 이번주에 갑자기 날씨가 확 풀렸다. 이제 잘 때 전기장판을 안 켜고 잘 수 있다. 코트 대신 자켓을 입을 수 있고 한낮에는 거의 여름 같아서 티셔츠 한 장만 입어도 춥지 않게 돌아다닐 수 있다. 추운걸 정말 못 참아서 날이 풀리기만 손꼽아 기다렸는데 겨울에서 갑자기 여름이 돼버리니 어딘가 허무하다.

새로 들어간 직장에서 첫 월급을 받았다. 한 달 치를 다 받아도 쥐꼬리일 텐데 여기는 익월로 정산을 해서 저번 달 5일 일한 것만 들어와서 진짜 코에 붙이지도 못할 만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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