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치댁 뉴질랜드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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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정착기

180118 | 영어 말하기 패닉, CV 클래스, 타인의 친절

치치댁 2023. 5. 4. 11:38

(NZ+15) 목요일. 흐리고 비

  • 수업 내용
  • 사라진 썬글라스 부품
  • ANZ 계좌 개설 이후 설명
  • CV class
  • 의자​

오늘은 계속 흐리고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진짜 부슬부슬이라는 표현이 딱 맞는 것이 끊임없이 미스트를 뿌리고 있는 것 같다. 사실 뉴질랜드는 오염도 없고 비가 올 때 바람이 너무 심하게 불어서 우산을 쓰기보단 비를 맞는 편이 나은데,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아무리 미스트 같아도 축축해지긴 한다. 그래도 저번주 스콜에 비하면 비가 얌전하게 오는 편이라 괜찮다. 내가 한국에서 가져온 우산은 양산같이 가냘픈 모양새라 바람 불면 부러지기 일보 직전이라 쓸 수가 없어서 우비를 사야 될 것 같다. 모자에 챙도 있는 걸로. 뉴질랜드에 오기 전 쇼핑 리스트에 있었지만 못 샀는데 요즘 제일 아쉬운 것 중 하나다. 가방까지 다 메고 그 위에 우비를 입는 게 제일 속 편할 것 같다.

오늘 수업시간에 Kiwi(뉴질랜드) 억양과 표현에 대해서 배우고 광고도 봤는데 정말 뭐라는지 하나도 못알아듣겠다..... 좀 웃기게 만든 음주운전 예방 공익 광고였는데, 아무리 그래도 공익광고면 그걸 보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게 만든 것일 텐데.... 그런데도 진짜 외계어 듣는 느낌이다. 3교시 수업에는 Speaking part 2에서 그림 두 개를 1분 동안 비교하는 활동을 했는데 분명 한국에서도 토익스피킹 준비하면서 해봤던 건데도 멘붕이다. 영어로 말이 안 나오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한국어로도 아무 생각이 안 난다는 것이다ㅠㅠ 악악악. 내가 너무 패닉 하니까 Jean이 진정하라고 했다 ㅋㅋㅋ 흐아아. Writing은 그래도 차분히 생각할 시간이라도 있으니까 괜찮은데 스피킹은 고도의 순발력이 필요한데 나는 순발력이 0인 것이다.... 후엥.

수업 끝나고는 다영언니한테 기쁜소식을 들었다. 주말에 선글라스 안경테 끝에 있는 부품이 사라진 걸 발견해서 속상했는데 다영언니랑 카톡을 하다가 언니한테 그 얘기를 했다. 출국할 때 면세로 사 온 건데(무려 내 생애 첫 인터넷 면세점 쇼핑이었는데!) 일주일밖에 안 쓰고 망가져서 황당했다. 홈페이지에는 메일 주소 없이 문의 번호만 나와 있었는데 나는 한국 번호를 정지시켜서 전화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국제전화로 걸면 요금이 왕창 나올 것 같고... 해외에서 이걸 대체 어떻게 해야 되나 싶어서 언니한테 통화해 줄 수 있냐고 부탁했었다. 언니가 통화해서 결국 EMS로 사라진 부품만 받기로 했다! 다영언니 짱......ㅠㅠ 고맙습니당 헤헤

오늘 은행 계좌 개설된 것 관련해서 설명 듣기로 한 날이라 수업 끝나고 은행에 가니 한국인 직원이 설명을 해주셨다. 한국어로 들어서 매우 편했다. 핸드폰 국가설정을 뉴질랜드로 바꾸고 앱을 깐 다음에 폰뱅킹 하는 방법에 대해 간단히 설명을 들었다. 조만간 카드 거래 하고 증명서 받아서 IRD넘버 받아야겠다.

화요일에 이어 오늘 CV 확인을 받는 날이라 예약한 시간에 가서 확인을 받았다. 이전 직장 경력을 써갔더니 서비스직과 연관된 경력이 아니어서 그냥 통째로 들어내라고 했는데 마음이 불안하면서도, 여기는 이력서에 사진도 안 넣고 나이도 안 쓰니까 아무 상관 없을것 같단 생각 들기도 하고.... 늘 외모, 나이, 스펙으로 평가받다가 "경력 없으면 쓰지 마~ 누구한테나 다 처음이 있는 거지. 경력 있으면 있어서 좋고 처음이면 처음이라 좋은 거야!"라고 말하는 곳에 오니까 기분이 이상하다. 경력이 없어도 정말 괜찮은지는 진짜 발로 뛰면서 이력서를 넣어봐야 알게 될 부분이겠지만. 서비스직 아르바이트를 안 하고 살았을 뿐 다른 분야에서 일하고 공부하면서 열심히 살았는데 '난 그동안 살면서 남들 다 하는 알바도 안 하고 뭐 했지?'라는 생각에 약간 자괴감이 들었다가 내가 왜 그런 마음이 드는 걸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왜 자꾸 1부터 100까지 모든 경험이 있어야 되고 모든 걸 다 잘하는 완벽한 사람이어야 된다고 생각하는 걸까... 이런 생각들도 서서히 내려놓고 싶다.

집에 와서 저녁을 먹었다. 방에 있는 플라스틱 의자가 등받이 없는 딱딱한 의자라 불편해서 자기 전까지 식탁의자를 써도 되냐고 물어봤다. 저녁 때만 쓰고 내놓겠다고 말할 생각이었는데 거실에 있던 등받이 있는 공부의자를 쓰라며 줬다. 이 의자는 등받이도 있고 엉덩이 쿠션도 있다! 방에 있던 플라스틱 의자는 내놓고 그 의자를 쓰라고 했는데 의자가 뭐라고 이렇게 기분 좋냐 ㅋㅋㅋ 득템! 아주 소소한 것에 기쁨을 느낄 수 있게 돼서 웃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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