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치댁 뉴질랜드 일상

180413 | 팔색, 힐튼 - 효진, 정민언니 / 빠진 일기들 본문

뉴질랜드 정착기

180413 | 팔색, 힐튼 - 효진, 정민언니 / 빠진 일기들

치치댁 2023. 7. 17. 13:13

(NZ+100) 금요일. 맑음, 비

오늘은 저녁에 효진이랑 룸메인 정민언니랑 같이 팔색에 가서 밥을 먹었다. FCE 친구들이랑 타카푸나 놀러 갔을 때 효진이가 일하는 가게라 찾아갔었는데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는데 정민언니가 집 앞으로 픽업 와주셔서 엄청 편하게 왔다 갔다 했다. 4일 연속 한식 먹는 중 ㅋㅋ 팔색은 한식+고기 뷔페라 고기 엄청 많이 먹었다. 그러고는 시티로 돌아와서 힐튼 호텔 라운지에서 음료를 마셨다. 오늘은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바다가 펼쳐져 있어서 지구 종말 뷰였는데 날씨 좋은 날 라운지에 앉아 있으면 되게 좋을 것 같다. 호텔인데도 커피는 일반 카페랑 같은 가격이라 상대적으로 싸다고 느껴졌는데 분위기는 사치스러움을 한껏 느낄 수 있는 분위기라 가성비가 좋았다. 가끔 가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혼자서 갈 일은 없을 듯. 그래도 좋은 장소 알게 돼서 좋다. 효진이 룸메 언니는 원래 워홀로 와서 잠깐 있다가 돌아가려고 했었는데 일이 잘 풀려서 지금은 건축 쪽 회사에 다니신다. 말을 조곤조곤하게 하셨는데 나랑 성격이 비슷한 면이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둘이 잘 맞을 것 같다고 효진이가 소개해준 거기도 하지만. 효진이는 한국으로 돌아가기로 마음을 굳혔다. 아쉽다 ㅠㅠ 좋아하는 거 보니까 살짝 부럽기도 했다.

요즘 일기를 띄엄띄엄 써서 못 적거나 까먹고 넘겼던 것들을 적어 본다.

4월 3일 화요일
점심으로 싸간 파스타를 전자레인지에 돌리고 교실로 돌아오는 길에 바닥에 떨어뜨렸다. 예전에 Danilo도 그 자리에서 점심을 떨어뜨렸었는데... 거기에 점심 못 먹은 귀신이 사나? ㅋㅋㅋ 내가 그 일을 겪게 되니까 시선이 집중돼서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아..... 뭐부터 해야 되지?' 하고 사고 회로 정지. 그 근처 테이블에서 이번 FCE 과정 사람들이 점심을 먹고 있었는데 영어로 '어떡해....' 하면서 나한테 티슈 있냐고 물어보더니 없다고 하니까 교실에서 가지고 나와서 두세 명이 같이 치워 줬는데 너무 고마웠다. 심지어 내 옆에서 전자레인지에 점심 돌리고 있던 사람은 내가 안쓰러워 보였는지 자기 점심 나눠줌 ㅋㅋㅋㅋㅋ 악 ㅋㅋㅋㅋㅋㅋ 괜찮다고 했는데도 줘서 사양하지 않았다.... 되게 따뜻한 하루였다.

4월 8일 일요일
성가대에서 연습을 하고 미사 시작 전에 전례랑 신부님이랑 같이 모여서 잠깐 기도를 했는데, 기도 끝나고 미사 들어가기 전에 신부님이 오시더니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을 한국어로 어떻게 하냐고 물어보셔서 종이에 소리 나는 대로 적어 드렸다. 미사 때 오늘은 한국어로 시작하겠다면서 그걸 읽으셨는데 비록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좋았다. 여기가 다국적 문화를 존중하는 국가라 주기도문도 가끔 마오리 언어로 바치기도 하지만 한국어로 하는 건 신부님이 일부러 신경 써주신 것 같은 느낌도 있었고, 여기 와서도 좋은 사람들 만나고 이것저것 하면서 잘 지내고 있다는 사실이 문득 감사해졌다.

어느덧 뉴질랜드에 온 지도 100일이 됐다. 많이 적응했지만 한편으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시간이 정말 빨리 흐른 게 문득 놀랍다. 많은 것들이 일상이 되어가는 요즘, 더더욱 일상에서 자잘한 기쁨과 도전거리를 찾을 시기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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