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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치댁 뉴질랜드 일상
수요일. 흐림, 비 오늘 Waitangi day라 2시간 거리인 Hanmer Springs로 나들이를 다녀왔다. 아침부터 흐리더니 도착하고 나서부터 내내 보슬비가 내렸다. Hanmer Springs는 되게 관광지같이 생겼다. 상점들이 최근에 지어졌는지 깔끔해 보였다. 동네도 주변의 언덕이랑 산들과 어우러져서 예뻤다. Conical Hill Walkway를 걸어 올라가서 마을을 조망하고 Woodland Walk Reserve에 가서도 산책을 했다. 산책로가 잘 되어 있었다. 등산까지의 난이도는 아닌 숲길 산책은 비 오는 날 해도 운치 있고 좋은 것 같다. 나무 냄새도 더 강하게 나고. 비 오는 날이라 똠얌수프가 땡겨서 타이 음식점에 갔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맛있었다. 생각해 보니 엄청 오랜만에 외식했네. 오..
일요일. 맑음 벌써 2월이다. 직장에 다니면서는 아무래도 일상이 반복되다 보니 특별한 일이 없다. 하지만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잘 지내고 있다. 인생에 이만큼 근심 걱정 없이 평온한 때가 있었던가 싶다. 안 풀릴 때는 한없이 답답했는데 한 번 풀리고 나니까 제일 만족도 높은 시기를 보내고 있다. 지금의 삶이 나한테 굉장히 잘 맞는 형태의 삶인 것 같다. 직장의 물리적 측면부터 살펴보자면 우선 한국을 떠나면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했던 워크 라이프 밸런스를 획득해서 너무 좋다. 9시 출근 5시 퇴근이니까 기본적으로 한국에서보다 일하는 시간 자체도 적고(점심시간 30분씩을 빼면 일주일에 37.5시간 근무다) 업무 강도도 적당함과 낮음 사이다. 다들 출근 시간 몇 분쯤 전에 회사에 도착해서 다섯시 땡 하면 집에..
일요일. 맑음 아침 먹고 빨래 돌리고 성당 다녀오고 장조림 만드니까 저녁 먹을 시간이 됐다. 가사노동이 진심으로 회사 다니는 것보다 힘들다. 뭐 하나 하는데 시간이 엄청 오래 걸려서 더 그런 거긴 한데... 부엌에 온종일 서있으니까 피로가 몰려온다. 저녁 먹고 Huntsbury track으로 트래킹을 갔다. 올라가는 길 중간중간 바닥에 해자처럼 구멍이 파여 있고 파이프로 듬성듬성 바닥을 댄 구간이 있었는데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 사이 구간에만 양들을 있게 하려고 만들어놓은 것 같다) 몽구가 그걸 엄청 무서워해서 못 건넜다. 잡아당겨서 건너게 했더니 처음에는 다리가 빠져서 당황했는데 몇 번 건너게 하니까 그다음부터 발도 안 빠지고 잘 건넜다. 발전하는 모습이 보이는 게 귀여웠다. 정상에서는 크라이..
목요일. 맑음 사무실에 새로운 식구가 생겼다. 내일 10주가 되는 강아지! 보더콜리랑 스프링스패니얼 믹스인데 새끼인데도 몽구보다 사이즈가 약간 컸다. 근데 새끼는 딱 새끼인 게 표가 나더라. 뛰는 것도 엉성하고 크기와 상관없이 잘못 만지면 부서질 것 같다. 귀여워! 털이 엄청 보드랍다. 지금은 생긴 게 스패니얼 쪽에 가까운데 크면서 어떻게 자랄지 기대된다고 했다. 눈이 되게 작은데 예쁘다. 오후 시간은 거의 강아지 구경하다가 지나갔다. 윌버를 본 고양이들은 경계 태세인데 정작 윌버는 고양이들한테 별 관심도 없는 것 같다. 멀리서 차 타고 오래 와서 그런지 좀 놀다가 지쳐서 잤다. 나중에 고양이들이랑 서로 적응해서 장난치면 진짜 귀엽겠다! 처음 왔는데 엄마도 안 찾고 여기저기 뽈뽈 잘 돌아다니고 공도 물..
일요일. 맑았다 흐림 직장 다니니까 주말이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간다. 청소기 돌리고 빨래 했는데 왜 주말이 끝났죠...? 리카톤에서 열리는 선데이마켓에 다녀왔다. 차 세우러 들어가면서 볼 때 엄청나게 커 보였는데 정작 가서 돌아다니니 그렇게까지 큰 건 아니었다. 아니면 내가 다 못 봤나? 과일, 야채, 비누, 공구, 잼, 돌, 장신구, 먹거리 등 여러 가지를 팔고 있었다. 체리랑 입욕제를 하나 사봤다. 지난 한 주 출근을 해보니 좋은 것 같다. 9시부터 5시라 느지막이 가서 적지도 많지도 않은 딱 적당한 정도의 일을 하다가 칼퇴하고 운동 갔다가 저녁 먹고 다음날 점심 도시락 준비하는 일상의 반복. 평화롭다. 사람들도 친절하고 디자이너가 아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도 안 되는 요청 같은 걸 하지 않는 게..
월요일. 흐리다 맑음 오래 쉬다가 일 나가는 게 걱정돼서 그런지 아침에 일찍 눈이 떠졌는데 다시 잠이 잘 안 와서 얕게 자다 깨다 했다. 물 1.5리터, 커피와 점심 도시락, 추울 때 입을 옷을 바리바리 싸서 출발했다. 비가 부슬부슬 내려서 조심조심 운전해서 갔는데 잘 도착했다. 컴퓨터랑 책상을 나한테 편하게 세팅하라고 하고 할 일을 이것저것 설명을 해줬다. 홈 오피스라서 전형적인 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편하게 생각하라고 했다. 화장실에 세탁기가 있는데 빨래가 끊임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점심시간은 12시긴 한데 쉬는 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진 않아서 언제든 나가서 쉬고 산책하라고 했다. 사무실 사람들도 2주 휴가 후 첫 출근인거라 크리스마스를 어떻게 보냈는지 서로 물어봤다. 내가 전에 왔을 때 있던..
(NZ+368) 토요일. 맑음 친구들과 함께하는 즐거운 (가상) 신년회 화면 안의 나는 케이크 초도 불고 커팅도 하고 이것저것 같이 먹었다. 그렇게 노는 나도 친구들도 진짜 또라이들 같고역시 내 친구들이다 싶다ㅋㅋ 세상이 좋아져서 영상통화를 하면 옆에 있는 것 같다. 물론 영통의 한계도 있긴 하지만. 저 쪽은 여러 명이고 나는 혼자라 내 영혼만 컴퓨터 세계에 들어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묘했다. 모니터에 갇힌 느낌. 나중에 기술이 더 발달하면 정말로 같은 공간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겠지? 하여튼 애들은 여전히 똑같고 반가웠다. 친구들끼리 모인다고 챙겨주는 것도 고마웠다. 뉴질랜드에 온지 공식적으로 1년이 넘었다. 이제 디데이 카운팅은 그만 하는걸로... 여러가지 경험을 했고 시간을 잘 보낸듯 하면서도 ..
(NZ+363) 화요일. 맑음 어제 뉴질랜드 단톡방에서 오클랜드 불꽃놀이 얘기가 나오길래 크라이스트처치는 없냐고 물어봤더니 해글리 파크에서 한대서 가봤다. 사람이 많아서 주차난으로 멀리 세우고 걸어가는 도중에 새해가 됐다. 불꽃놀이를 볼만한 자리다 싶은 정도까지 걸어가니까 끝나버렸다. 그때가 12시 5분. 덕분에 사진은 한 장도 못 남겼다. 해글리 파크 왕복만 거진 한 시간가량 되는데 불꽃놀이는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어정쩡하게 새해를 맞이하고 돌아왔다. 뉴질랜드에서 처음 맞는 연말이라고 괜히 특별한 거 없나 해서 나갔는데 해 바뀌는 건 그냥 TV로 보는 게 나은 것 같다. 아니면 차라리 조용히 마무리할걸 싶기도 했다. 새해 아침은 떡국으로 시작했다. 한국이라면 한 살 더 먹었겠지만 여기서 나는 아직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