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치댁 뉴질랜드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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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정착기

180510 | CAE mock test 멘붕

치치댁 2023. 7. 27. 12:04

(NZ+127) 목요일. 흐림

좀 부끄러운 오늘의 일기. 오늘 CAE 두 번째 mock test를 봤다. 어제 Listening을 봤고 오늘은 아침에 Writing, Reading을 보고 점심엔 Speaking을 봤는데, 어제 리스닝부터 좀 참담했다. 60% 이상 맞아야 Pass인데 반타작이었던 것. 너무 어렵다 정말로. 문제 안 풀고 그냥 들으면 어느 정도 들린다고 생각했는데 문제를 보면 답을 전혀 못 찾겠다. 기본적으로 내가 정확하게 못 듣는 것도 문제지만 이게 수능 언어영역 같은 거라 해석에 따라 답이 모호해지는 말장난 같은 것도 있다. 오늘 Writing은 시간 부족해서 두번째 꺼 제대로 쓰지도 마무리도 못했고 Reading도 시간 모자라서 지문 2개 통채로 읽지도 못했다... 그래서 점심시간에 되게 우울했는데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Speaking 시험에서는 내가 마지막 팀이었는데 시작하고 Part 2까진 그냥저냥 하다가 Part 3부터 꼬였다. 파트너가 옵션을 정확하게 명시하지 않아서 혼란스러웠는데 정말 문제는 Part 4에서 시작됐다. 우선 질문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했고, 질문을 제대로 못 들었으면 다시 말해 달라고 하면 되는데 파트너가 대답을 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내 파트너가 종종 질문에 대한 답을 하기보다 한 부분에 꽂혀서 얘기할 때가 있는데 오늘도 그래서 완전히 패닉 상태가 됐다. '사람들은 직업적 행복보다 사회적 위치에 더 우선순위를 두는 경우가 있는데, 왜 그렇다고 생각하는가?'라는 두 개를 비교해서 얘기해야 되는 질문이었는데, 질문에 대한 대답이 아니라 사회적 위치에 집착하는 사람들의 예시를 들면서 그것에 대한 자기 생각을 얘기하는걸 듣다 보니 나는 완전히 길을 잃었다. 억양도 꽤 강해서 녹음된 걸 다시 들어봐도 무슨 얘기를 하는 건지 정확히 모르겠다... 파트너가 자기 대답 끝나고 "너는 어떻게 생각해?"라고 했는데 대답을 할 수가 없어서 결국 "미안한데 놓쳤다. 질문 다시 한번 말해달라."라고 요청할 수밖에 없었고, 질문을 듣고 다시 대답하고 다른 질문으로 넘어가길 바랐지만 파트너가 또 추가로 말을 하는 바람에 결국 한 문제 말하고 시험이 끝났다. 한 문제로 깊게 대화가 진행되면 한 개만 의논되어도 사실 상관 없는데, 일반적으로는 Part 4에서 2-3문제 정도 질문을 받는다.

총 4분 정도 진행되는 Part 4에서 신기한 감정을 경험했는데, 완전히 패닉이 되니까 정말 멍해졌다. 배경이 사라지는 느낌... 그 상황에 내가 뭘 할 수 있는건지 아무 생각이 안 들고 '제발 빨리 끝나라. 빨리 시간 끝나라.' 이 생각밖에 안 들고.... 아주 기본적인 단어도 생각이 안 난다. 그래서 질문 다시 듣고 말할 때도 진짜 멍청이같이 더듬더듬 말하게 됐다. 4분이 긴 시간이 아니라 빨리 끝나길 바라면서도 시간 지나가는 게 너무 압박이라 뭐라도 더 말해야 된다는 생각 때문에 너무 울고 싶었다. 실제로도 간신히 참았다. 시험 끝나고 교실 돌아와서 Kaana랑 말하다가 울었다. 나이 서른 먹어서 운다 내가 아아아아!!!!!! 흐앵..... 우는 것도 창피하고 그만 울고 싶었는데 계속 눈물이 났다. mock test 망친 게 울 만한 일은 아닌데 여러 개가 겹쳐서 그런가 보다. 다음 mock test 한 번 더 남았는데 그건 FCE로 봐야 될 것 같아서 사실상 이게 CAE 마지막 mock test였고, speaking만 망친 게 아니라 모든 과목 다 망쳤고, 점점 CAE 패스는 무리인 것 처럼 보이고, 요새 영어가 늘기는 커녕 퇴화하는 것 같아서 너무 답답했었고...

생각해보면 항상 가장 힘든 시기에 발전이 있었고, 그런 시기는 마주할 때마다 너무 힘들지만 그냥 그 자리에서 버텨내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 게다가 스스로의 선택으로 여기까지 온 거라 탓할 곳도 없다. 방방 뛰고 난리를 친다고 힘든게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이제 시험이 4주 밖에 안 남았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나 되었다. Pass를 하든 못하든 되는 데까지 해보는 수밖에... 사실 패스 못 한다고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도 아니다. 스트레스 받지 말고 할 수 있는 걸 하는 게 제일 필요한 것 같다.

집에 와서 나영이가 준 달력을 오늘 날짜로 넘겼는데 위로가 되는 한마디. 어쩌면 이렇게 딱 오늘에 맞는 말인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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