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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뉴질랜드 트레킹 (14)
치치댁 뉴질랜드 일상
일요일. 맑음 아침 먹고 빨래 돌리고 성당 다녀오고 장조림 만드니까 저녁 먹을 시간이 됐다. 가사노동이 진심으로 회사 다니는 것보다 힘들다. 뭐 하나 하는데 시간이 엄청 오래 걸려서 더 그런 거긴 한데... 부엌에 온종일 서있으니까 피로가 몰려온다. 저녁 먹고 Huntsbury track으로 트래킹을 갔다. 올라가는 길 중간중간 바닥에 해자처럼 구멍이 파여 있고 파이프로 듬성듬성 바닥을 댄 구간이 있었는데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 사이 구간에만 양들을 있게 하려고 만들어놓은 것 같다) 몽구가 그걸 엄청 무서워해서 못 건넜다. 잡아당겨서 건너게 했더니 처음에는 다리가 빠져서 당황했는데 몇 번 건너게 하니까 그다음부터 발도 안 빠지고 잘 건넜다. 발전하는 모습이 보이는 게 귀여웠다. 정상에서는 크라이..
(NZ+349) 화요일. 비, 흐림 어제 홈스테이 주인아저씨가 말 상대도 잘해주시고 친절하고 좋으셨다. 경찰이라던데 얘기를 듣고 나서 보니 몸이 엄청 좋으셨다. 원래는 오늘 새벽같이 Roys peak에 가려고 했는데 일기예보도 안 좋았고 일어나 보니 비도 약간씩 내리면서 바람이 많이 불길래 좀 더 자다가 다른 곳부터 돌아다녔다. Wanaka lavender farm은 어제 아이스크림 사 먹으러 들렀던 곳보다 훨씬 잘 되어 있었다. 이것저것 신경 써서 조경도 해놨고 곳곳에 야외에서 게임을 할 수 있는 장소도 마련해 놨다. 우리나라 수목원 작은 버전에 라벤더만 많은 그런 느낌. 가족끼리 놀러 와서 휴일을 보내기 좋은 장소일 것 같았다. 라벤더 종류가 여러 가지라 어떤 건 활짝 피었고 어떤 건 봉우리만 있었다..
(NZ+290) 토요일. 맑음 어제 늦게 들어와서 두 시간 반쯤 자고 일어나서 도시락 싸고 주섬주섬 챙겨서 페리 터미널에 갔다. 조애나랑 Rangitoto 가서 트레킹을 하는 날인데 날씨가 끝내줬다. 요새 계속 추웠는데 오늘은 햇빛 쨍쨍에 얇은 티 한 겹만 입으면 될 정도로 갑자기 여름이 됐다. 다음 주 월요일에 Labour day라 긴 연휴라서 사람들이 시티 밖으로 많이 빠졌는지 아침에 걸어가는데 차도 사람도 없었다. 페리를 타고 랑기토토 섬에 도착했다. 시티를 벗어나니 역시 좋았다. 날씨가 정말 환상적이었다. 여유롭게 걸으려고 일부러 일찍 간 거라 트랙으로 표시된 데는 최대한 다 가볼 수 있게 돌았다. 경사는 거의 없어서 편했는데 화산지형으로 인한 까만 돌이 사방에 있어서 표면이 고르지는 않았다. 트..
(NZ+164) 토요일. 갬, 맑음, 흐림 남섬 여행 셋째 날 스파게티 Fox Glacier : Te Ara o Tuawe Valley Walk 아침부터 만드느라고 고생했을 것 같은 파스타 장인의 스파게티. 맛있었다!! 이동 중에 볼 수 있는 광활한 뉴질랜드의 자연. 보는 곳마다 그림처럼 너무 아름답다... 겨울이라 설산도 너무 멋있고 저채도의 배색도 아름답다. 정말 말 그대로 대자연. 해가 났다 들어갔다 하는데 눈 덮인 곳에 해가 비추니 정말 예뻤다. Fox Glacier : Te Ara o Tuawe Valley Walk 크라이스트처치에서 폭스 글래시어까지 장장 다섯 시간 운전을 해서 갔다. 저번 뉴질랜드 여행 때도 폭스 글래시어 워크 했었는데 재방문이다. 그때도 선명한 뷰는 못 봤던 것 같은데 이..
마리안 호수 트랙은 흔들 다리를 통해 에메랄드빛 Hollyford River를 건너며 시작됩니다. 트랙의 초반 10분을 걸어가면 폭포를 감상할 수 있는 구간인 Viewing Gantry가 나오는데, 난간까지 가는 트랙은 아주 예쁘고 걷기 쉽게 잘 정비되어 있었습니다. 루트번 초반부와 비슷한 느낌이 납니다. 폭포가 아주 강력해서 북섬의 후카 폭포가 연상되기도 합니다. 물론 후카 폭포가 규모나 물살이나 훨씬 크고 강하지만요. 투명한 물살이 하얗게 부서지며 거품처럼 되는 모습이 너무 예뻤습니다. 계속 변화하며 새로운 모양을 만들어 내는 것도요. 폭포 파도 윤슬 물빛 다 좋아서 이쯤 되면 전생에 물이랑 뭐가 있었나 싶지만 현생은 수영도 못합니다. 그저 좋아할 뿐.. 폭포 전망대를 지나면 지금까지의 쉽고 예쁜 길..
북섬에서 하는 첫 그레이트 워크인 통가리로 알파인 크로싱. 뉴질랜드에 놀러 온 친구들 세 명과 쨈과 함께 새벽 다섯 시 반에 일어나서 부지런하게 아침을 해 먹고 여섯 시 반에 출발했습니다. 통가리로 트레킹은 시작점과 끝 지점이 달라서 셔틀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데 모든 인원이 셔틀버스를 타기엔 비용이 상당하므로 머리를 좀 썼습니다. 걸음이 빠른 쨈이 우리를 Mangatepopo 주차장에 내려주고, 쨈만 혼자 National Park Village에 다시 가서 주차한 후 셔틀을 타고 오기로요. 쨈은 산을 내려갈 때도 혼자 앞질러 내려가서 셔틀을 타고 주차되어 있는 마을까지 이동한 후, 다시 차를 가지고 우리를 태우러 와야 하는 수고를 했습니다. 원래는 Mangatepopo에서 차로 6km 더 진입해야 트..
마지막날은 비가 계속 내렸습니다. 어제 워든이 이 아름다운 숲은 엄청나게 내리는 비 덕분에 존재할 수 있는 거라고, 비가 오면 그걸 기쁘게 포용하면 좋겠다고 했는데 비가 내리네요. 저도 그러고 싶었는데 아주 불청객같이 눈치 없이 터진 생리에 비까지 맞아 점점 축축해지니 불쾌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자고 일어났는데도 무릎이 완전히 회복이 안 됐고요... 역시 모든 게 좋기만 한 트레킹은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인생이란. 비 오고 안개가 껴서 우중충한 와중에도 Earland Falls는 멋있었습니다. 압도하는 규모에서 쏟아져 나오는 엄청난 물안개가 장대했습니다. 마지막날도 키써밋을 가기 위해 샛길로 빠지는 코스가 있는데, 다들 물에 젖은 생쥐가 돼서 와들와들 거리는 상태에다가 부모님께 말씀드린 픽..
어제 일찍 잤는데도 요새 계속 밤에 수십 번씩 깨서 엄청 피곤했습니다. 아침에 키아 울음소리가 들렸는데 보지는 못했습니다. 둘째날둘째 날 트랙은 폭포와 강과 호수와 산이 계속 약간씩 풍경을 바꿔가며 등장했습니다. 윤슬이 가득한 호수에서 시작된 물이 굽이굽이 강이 되어 흘러가는 게 예뻤습니다. 어젯밤 살짝 덮인 눈으로 설산이 햇빛에 하얗게 빛났습니다. 하이라이트인 둘째 날에 날씨가 정말 좋아서 감사하게도 가장 좋은 풍경을 볼 수 있었습니다. 가다가 Harris Saddle Shelter에서 따로 빠져서 Conical Hill에 올라가는 트랙이 있어서 쉘터에 배낭을 내려놓고 다녀왔습니다. 돌산인데 경사진 부분이 많은데다 바위 위로 살얼음이 껴서 미끄러웠습니다. 어제 등산화 오른쪽 밑창에 떨어져서 마찰이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