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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치댁 뉴질랜드 일상
밀포드 트랙 마지막날 | Milford Track, Fiordland 본문
마지막날은 가벼운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며 아주 쉬운 길을 걷는 일정입니다. 대신 18km로 가장 긴 구간이라 6시간이 걸린다고 나와 있었습니다. 물론 저는 그보다도 더 오래 걸리지만요.
새벽 다섯 시 반에 눈을 떴는데 뭔가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멜로디가 들리길래 옆방에서 알람이 울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나와보니 새소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덤플링 헛에서 들은 새소리는 굉장히 특이하고 예뻤습니다. 트랙을 걸으며 같은 종으로 생각되는 새소리를 많이 들었는데 음색은 비슷한데 멜로디는 다 달랐거든요. 저는 마음속으로 그 새들을 '컴퓨터 기계음 새'라고 생각했는데 한 번도 눈에 보이진 않아서 어떻게 생긴 친구들인지 궁금했습니다.
7시에 출발했는데 오늘은 두 시간 정도 지나니 발이 박살 나는 느낌이 시작됐습니다. 안 좋아지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군요. 셋째 날 아침엔 자고 일어났을 때 그래도 많이 회복이 됐었는데 오늘 아침엔 임계점을 넘은 건지 회복이 안 되어 있었습니다. 길은 정말 쉬웠는데.... 쉬우면 뭐 하냐고요.. 너무 길었습니다..
숲길과 열린 공간이 반복되고 산사태의 흔적을 볼 수 있는 곳도 많았습니다. 여러 개의 다리를 건넜고 여러 강을 보았습니다. 마지막 날 특징적인 장소는 Mackay Falls와 Bell Rock입니다. 둘 다 트랙에서 1분 거리의 비슷한 장소에 있는데 폭포는 모양이 아주 예뻤고, 종 모양 바위는 안쪽에 들어가 볼 수 있습니다. 강바닥에서 오랜 시간 동안 소용돌이에 의해 안쪽이 파인 돌이 굴러와서 그곳에 안착한 거라고 어제 헛 워든이 설명해 주셨습니다. 거의 기다시피 해서 들어가면 안쪽엔 어른 서너 명이 충분히 서 있을 만한 높은 공간이 있습니다.
2시에 보트를 타야 해서 쭉 걸어야 했습니다. 아니 근데 그것보다도 중간에 충분히 쉴 수 없었던 더 큰 이유는 미친 샌드플라이 때문입니다. 멈추면 진짜 그 조그만 드라큘라 괴물들이 온 사방에서 찾아와서 달려듭니다. 나 좀 내버려 둬 좀!!! 모든 워든이 헛토크 때 밀포드 트랙의 끝 지점인 Sandfly Point가 정확하게 이름 지어졌다고 했었는데... 바로 그걸 체감할 수 있는 날이었습니다.
발이 아프니까 다른 사람들이 등산 스틱을 들고 가는 게 어찌나 부럽던지 저도 다음부터는 스틱을 꼭 챙겨야겠습니다. 쨈이 막대기를 주워줬는데 얇은거 하나는 조금 가다가 내리막길에서 부러졌고 두꺼운 건 너무 무거워서 들고 가다가 버렸습니다.
다행히 한시반에 샌드플라이 포인트에 도착해서 작은 보트로 밀포드사운드까지 갔습니다. 거기서부터 테아나우까지 두 시간가량 버스를 타고 돌아갔는데 중간중간 다른 사람들을 내리고 태웠습니다. 저희는 너무 피곤해서 좀 눈을 뜨고 있다가 골아떨어졌지만 밀포드에 갈 일 있는 사람들은 밀포드에서 테아나우 가는 방향 버스에선 왼쪽에 앉길 추천합니다. 거기가 풍경이 더 예쁘더라고요.
와나카에 여덟 시가 넘어 도착해서 저번에 맛있게 먹었던 인도 커리집에서 밥을 먹고 열 시가 넘어 하웨아 에어비앤비에 체크인을 했습니다. 오랜만에 씻고 편안한 침대에 누우니 아주 좋았습니다.
밀포드 트랙을 더 생생하게 체험하고 싶다면 치치댁 유튜브 채널로 놀러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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