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치댁 뉴질랜드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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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정착기

180607 | 캠브리지 CAE 마지막 오후 수업과 그동안 느낀점

치치댁 2023. 8. 16. 12:48

(NZ+155) 목요일. 맑음

  • CAE 오후 수업 마지막날
  • 영어가 늘지 않아서 조급함, 나태했나 죄책감
  • 너무 빨리 흘러가는 시간과 깨달음

CAE 오후 수업 마지막 날. 내일은 오전 수업만 있어서 오후 수업 때 Speaking 연습을 하고 마지막 시간인 만큼 영화 제목 맞추는 게임이랑 서로에 대해 알게 된 것 말하기를 했다. Matt은 보통 9주쯤 지나면 열정이 식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 반은 끝까지 열심히 해서 특별하고 고맙다고 했다. 나에게 오후 수업은 특히 demanding 했었다. 처음엔 쫄아서 그랬던 것도 있고 진짜 모르겠어서 그런 적도 있고 애매해서 가만히 있었던 적도 있는데, 선생님이 질문할 때 더 많이 잘 대답해 드리지 못했던 게 좀 미안했다. Matt이 얘기는 좋게 해 줬지만 과정 중간부터는 애들도 지쳐서 결석자들도 좀 있었고, 그래서 마음가짐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려고 했는데 실천으로는 잘 못 옮긴 것 같다. 이번 과정은 왜 이렇게 주눅 + 미련 + 아쉬움 + 미안함의 조합이지...

요새 좀 싱숭생숭하다. 눈은 빨간 부위가 점점 작아지는 것 같긴 한데 중력 때문인지 흘러내려서 이제 동공 양 옆으로 빨간 게 대놓고 잘 보인다. 다른 사람들이 눈 왜 그러냐고 물어보는 지경에 이르렀다. 사라질 거긴 한데 신경 쓰이고 찝찝한 건 어쩔 수 없고, 그것보다도 시간이 너무 빨리 가서 뒤숭숭하다. 뉴질랜드에 온 지 좀 있으면 거의 반년이 다 되어가는데 영어는 생각보다 많이 늘지 않은 느낌이다. 하루아침에 늘 리는 없겠지만 다른 것들에도 신경 쓰느라 온전히 집중하지 못했어서 아쉬움이 크다. 이제 곧 시험인데 FCE 때보다도 더 준비가 안 된 느낌이다..... 뭘 어떻게 복습해야 할지도 너무 막막해서 요샌 거의 손을 놓고 있다. ㅜㅜ CAE 끝나면 영어 잘하게 될 줄 알았는데... 분명 나아진 부분은 있지만 기대치가 높은 데 비해 노력은 별로 안 해서 성취감이 떨어지나 보다. 학원 끝나면 영어가 더 문제 될 수도 있는데 드라마도 많이 보고 책도 좀 읽고 그래야지.

FCE 끝나고 CAE 시작하면서는 12주나 어떻게 더 공부하나 막막했는데 시간이 너무 후딱 지나갔다. 과정 중간쯤부터는 어제 월요일이었는데 정신 차리고 나면 금요일인 요상한 시간의 흐름이 반복되면서 무서울 정도로 시간이 빨리 갔다. CAE 시작하고 3주쯤 됐을 때 Jeff한테 아직도 반 애들이랑 안 친하다고 그랬는데, Jeff가 자기 남섬 3주 갔다 오면 친해져 있을 거라고 했었는데... 그랬던 제프는 이미 옛날에 남섬에서 돌아왔고, 만날 때마다 "How's your class?"라고 물어보던 Yan은 한참 전에 브라질로 돌아갔고... CAE 애들이랑 그래도 좀 친해졌는데 끝나버렸네. 선생님들도 우리 반이 지금까지 가르쳤던 일반적인 CAE반보다 잘한다고 하긴 했었는데 실제로 반 애들 다 영어를 되게 잘했고, 진짜 노력 많이 하는 애도 있었고, 그중에 몇 명은 거의 원어민급인 애들이 있어서 자신감에는 도움이 안 됐지만 동기 부여는 됐던 것 같다. Challenging 하고 어려웠으니까 어떻게든 버티면서 할 수 있었다는 생각도 든다. 수업 빠지면 못 따라갈 것 같다는 생각에 꼬박꼬박 다 나가기도 했고. 힘들고 어려운 거 다 피하면서 살고 싶은데 확실히 그런 걸 마주하지 않으면 발전이 없는 것 같기도 하고... 하여튼 이번 CAE를 하면서 가장 와닿았던 건, 미루지 말고 뭐든 제 때 복습해야 된다는 것과(한번 밀리니까 손을 못 대겠다) 시간은 원하지 않아도 너무 빠르게 흘러가니 '아 언제 끝나' 이런 생각은 하지 말고 그 시간에 할 수 있는 뭔가 생산적인 걸 해야겠다는 것. 그리고 스트레스 관리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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