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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치댁 뉴질랜드 일상
180812 | 밍기적거리는 백수의 편안하지만은 않은 일상 본문
(NZ+221) 일요일. 맑음
여행 다녀온 이후로 거의 겨울잠 자는 동물 수준으로 자고 있다. 약속 있는 날이어야 그나마 인간답게 지낸다. 얼른 회사도 더 지원해야 되는데 왜 이렇게 뭘 하기가 싫지... 요즘 현실 도피 중이다. 머리가 많이 길어져서 하루에 한 번씩 커트 충동이 일어난다. 그리고 호주에서 잘 먹고 다녀서 살이 쪘다. 여튼. 내일부터는 새로운 주니까 진짜 그만 미적거리고 정신 차리고 잘 살아봐야지. 이제 진짜 100% 백수인 데다가 한 번 미루기 시작하니까 통제가 안 된다. 바쁜 건 싫지만 적당히 바빠야 다른 것도 열심히 하면서 부지런히 살게 되는 것 같다. 여행 가기 전까지는 취업에 대한 강박 때문에 학교도 안 다니는데 7시 반이면 눈 떠서 무언가 했는데, 여행 갔던 동안 아무 데서도 연락이 안 와서 '아 모르겠당 아하하하' 모드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때는 그러다가 스트레스받아서 병나긴 했지...
그전에 좀 더 강박적이었던 이유는 Graduate Diploma 1년 공부 후에 비자가 안 나올 수도 있다는 얘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일을 못 구하면 이대로 뉴질랜드를 떠나야 되는구나 싶어서 더 불안하고 조바심 났던 건데 다행히 이민성에서 확정 발표한 내용으로는 공부 후에 1년 비자를 준대서 조금은 마음에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됐다. 내가 사회생활 하면서 모아둔 돈을 전부 학비로 소진하며 학교를 다니고 싶진 않지만 그래도 최후의 보루가 있다는 점이 위안이 된달까(이제 조건부 입학할 수 있는 영어 점수도 있고!). 그렇다고 거기에 안주하고 지금 해야 될 일들을 끊임없이 미뤄도 된다는 건 아니지만.
여행 다녀와서 한 일은
목요일: 밖에 나가서 장 보기.
금요일: Sayaka랑 Yukino 이별 카페에서 만나기, Adi랑 Joanna랑 25불 딜 하는 포차 가서 저녁 먹고 Night market 가기.
토요일: 하루의 반을 자면서 보내고 그나마 렌터카 업체에 문의 메일 보내고 보험 claim 신청, 프렌즈 보면서 단어 찾아본 그나마 아주 약간(두 시간쯤) 생산적인 하루...
오늘: 윤정이한테 캐리어 돌려주고 Between 가서 유니폼 반납하면서 커피 마시기. 성가대 참여하고 성당 미사 드리기. 카페 갔더니 새로 나온 메뉴라고 커피 얼음과 아이스크림이 들어간 음료를 주셨는데 맛있었다. 스콘도 싸주셨다. 혹시 저 안필요하시냐고 물어봤더니 바빠서 내 생각이 나긴 했다고 하셨다. 웬만하면 안 부르실 것 같지만 언제든 불러달라고 말씀드렸다.
나의 여행 후 이번주 일상 끝.
이번주 여한 없이 꼼지락거렸으니까 내일부터는 진짜로 지원 좀 더 해야지. 왠지 취업이 쉽게 빨리 될 것 같지가 않아서 파트타임도 구하는 게 나을 것 같으니 좀 돌아다녀보고, 엄마한테 받아온 원서도 읽고, 시리즈 보면서 영어 공부도 좀 하고, 여행 사진도 정리해서 공유하고, 운동하는 척이라도 좀 하고 그래야지. 할 거 많네. 내일도 꼼지락 거리면 난 사람이 아니다!
짧아서 덧붙이는 일기
다음날 만든 잡채. 처음 만든 건데 내가 만들었는데도 너무 맛있다. 내가 지금까지 한 모든 요리 통틀어서 제일 잘한 것 같다. 다음에 만들면 이 맛 안 날 듯. 초심자의 운 같은 거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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