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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치댁 뉴질랜드 일상
181017 | 생일(Best ugly, Between) 본문
(NZ+287) 수요일. 흐림
소소하게 파티도 하고 축하도 받고 꽃과 선물도 받은 뉴질랜드에서의 첫 생일이었다. 날이 흐려서 비가 잠깐씩 부슬부슬 온 덕분에 선물로 받은 Blunt umbrella를 바로 개시해 볼 수 있었다. 여러 사람들이 맛있다고 추천해줬던 베이글 메뉴만 파는 카페인 Best ugly에 드디어 가 봤다. 예전에 주말 오전에 지나가면서 봤을 때 사람이 꽉 차 있던데 확실히 특징이 있으니까 장사가 잘 되는 것 같다. 깔끔하고 가볍게 먹기 좋은 메뉴였다. 가격은 음식 대비 가볍지는 않은 것 같지만. 직원들 엄청 활기차고 메뉴 추천도 잘 해줬다. 커피 진짜 맛있다고 우리 바리스타 치치에서 영입해 온 사람이라고 자랑하더니 진짜로 아아가 맛있었다.
오후에는 비트윈에 입간판을 그려주러 갔다. 사장님이 와서 공짜 밥 먹고 신메뉴를 간판에 그려달라고 하셨는데 베이글을 이미 먹고 가서 음료만 주문했다. 망고 패션후르츠 스무디 새로 나왔대서 주문했는데 새콤했다. 민아씨랑 에드워드가 손님 응대하고 있었는데, 손님들이 빠진 후에 카운터 가서 인사하니까 에드워드가 "아 누나 다시들어오세요!" 라고 했다. 그러더니 Happy birthday to Ellen이라고 써진 종이를 보여줬다. 내가 들어오는 게 보이면 종이를 들고 환영해 주려고 했나보다. 귀엽네... 어디에 앉을 거냐고 물어보더니 blu tack을 가져와서 자리 옆에 종이를 붙여줬다. 오랜만의 간판 작업이라 계속 지우고 쓰고를 반복하고 있었는데 에드워드가 케익에 초를 꽂아서 들고 왔다. 우와...! 아무 생각 없이 촛불을 끄려고 하니까 소원 빌고 끄라고 해서 소원도 빌었다. 케익에 견과류가 들어있어서 씹히는 게 맛있었다. 파티시에님 덕분에 비트윈 케익은 늘 맛있다.
계속 간판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쉐프님이 주방에서 "밥을 먹고 가야지"라고 아쉬워하면서 얘기하시더니 하나 만들어줄 테니까 맛만 보라고 하셨다. Fried Orzo라는 신메뉴였는데 orzo가 뭐냐고 물어봤더니 민아씨가 파스타라고 알려줬다. 사이즈가 큰 밥알같이 생겼는데 이런 파스타도 있구나... 진짜 맛있었다!! 에그 베네딕트도, 미트볼도 맛있지만 이게 비트윈에서 먹었던 것 중에 제일 맛있었다. 취향저격... 맛만 보라고 만들어 주셨는데 하나도 남김없이 다 먹었다. 다음에 또 먹으러 가야겠다. 음료만 얻어 마실 생각으로 갔는데 어떻게 하다보니 케익에 밥까지 공짜로 먹게 됐네... 생일이라고 이렇게 축하해주고 챙겨 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생일날 뉴질랜드 사회생활의 친정에 오길 잘한 느낌 ㅋㅋ 비트윈 간 덕분에 오늘 되게 생일 같았다! 다음엔 놀러가서 돈주고 사먹어야지.
새로 생긴 H&M에 가서 옷 구경을 좀 하고(뉴질랜드에서는 옷은 정말 구경만 한다.) 아트갤러리에 갔는데 문 닫을 시간이라 들어갈 수가 없어서 그렇게 먹었는데도 또 Mezze bar 가서 세비체 타코를 먹었다. 정작 생선은 맛있는지 모르겠고 잘게 썰린 파프리카랑 양파가 제일 맛있었다. 맨날 집에서 혼자 밥먹다가 오랜만에 먹방 찍은 날이었다.
그리고 오늘 날짜 말씀달력. 본래 청춘은 위험을 감수하는 겁니다. 또 힘내서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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