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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치댁 뉴질랜드 일상
181005 | CAE 모임, 전 회사 팀장님, 현지 회사 면접을 보며 느낀 것 본문
(NZ+276) 금요일. 맑음
- CAE 남은 사람들 모임
- 전덕 팀장님과 만남 그리고 깨달음
- 키위회사 두 군데 면접을 보면서 느낀 것
오늘 Kaana, Luis랑 같이 Matt을 만나기로 해서 점심시간 되기 전에 학원에 잠깐 앉아 있었는데 왠지 좋았다. 여기는 여전히 에너지가 넘치는구나. 학원 다닐 때 재밌었는데... Sushi train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오클랜드에서 회전초밥집은 처음 와봤다. 이제 CAE 반 친구들도 두 명밖에 안 남았다. 오랜만에 보니 다들 반가웠다. Matt은 학원 다닐 때는 좀 어려웠는데 오히려 코스 끝나니까 되게 인간적이게 느껴지고 연락 주고받기도 편하고 "같이 밥 한번 먹자!" 이런 얘기도 잘해줘서 이렇게 모일 기회도 생기고 좋다. 점심시간이 한 시간밖에 안 돼서 다들 밥을 먹으면서 근황토크를 하고 빠르게 헤어졌다. 다음에 또 만나서 Korean dinner 하자고 얘기를 했다.
대표님이랑 회사 사람들이랑 시티에서 미팅을 하면서 업데이트를 하고 해결해야 될 것들을 했다. 전덕 팀장님이 지금 뉴질랜드에 와 계셔서 오늘 잠깐 Mairangi bay 쪽에서 저녁에 보기로 했는데 대표님이 태워다 주셨다. 내가 대표님께 그 근처 사시냐고 물어봐서 반 강제로 데려다주실 수밖에 없게 만든 것 같지만...
먼저 음식점에 도착해서 들어가 있었는데 팀장님이 음식점으로 걸어 들어오시는 거 보니까 정말 신기했다! 뉴질랜드에서 만나니까 너무 반갑고 신기했다. 우와. 한국에서 온 지인은 처음 만나본다. 저녁을 먹고 차를 마시면서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엄청 수다를 떨었다. 팀장님 뉴질랜드에 오셔서 오늘까지 뭐 하셨는지 얘기도 듣고 학생 때 여기서 지내던 시절 얘기도 들었다. 어렸을 때 진짜 외국 생활답게 노부부 가정집에서 홈스테이 하면서 학교 다니고 여기서 생활하셨던 얘기 들으니까 너무 신기하고 진짜 좋았겠다 싶었다. 사람들이 가진 <외국에 대한 환상>대로 사셨던 것만 같은 느낌.
타지생활뿐 아니라 디자이너로서의 고충도 얘기를 나눴는데 도움 되는 얘기를 많이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나는 아트 디렉터의 양성을 목표로 하는 학교 커리큘럼을 이수했으면서도 자꾸 디자이너의 본질을 잊고 오퍼레이터 같은 마음으로 살게 되는데, 팀장님이랑 얘기하다 보니까 자신감 있는 마인드셋으로 작업에 대해 부풀리진 않더라도 정확하게 얘기할 수 있어야 되고, 의식 자체가 나는 패키지 디자이너, 나는 광고 디자이너, 나는 제품 디자이너 이런 식으로 세분화될 게 아니라 '나는 design thinking을 할 수 있는 통찰력 있는 사람'의 방향으로 되어야겠더라... 나는 눈앞의 것에 집중하면서 좁아지는 경향이 있는데 훨씬 넓은 시야로 나와 다른 레벨의 것을 보는 사람이랑 얘기하니까 뭔가 확 트이는 것 같았다. 또 일반적인 한국 기업에서처럼 갑을 관계가 아닌 정말 파트너십 기반의 컬래버레이션에 대해서도 얘기가 나왔는데 한 번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부분이어서 외국에서 일하면서 저런 걸 경험할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프로페셔널이 협력을 하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데 한국은 디자이너한테 지시하고 착취하려는 경향이 있어서 안타깝다고. 디자인 사이트도 많이 보고 트렌드에 대한 글도 읽고 계속 이유에 대한 생각도 해야된다는 얘기도 해주셨는데 '아, 나 좀 더 정신차리고 살아야겠구나' 싶었다. 자꾸 나무만 보지 말고 숲을 봐야 되는데 누가 날 끌어내 주지 않으면 자꾸 밑에서만 낑낑대고 있어서 오늘 팀장님이랑 나눴던 대화가 되게 의미있었다. 신앙적으로도 성숙할 수 있는 시기니까 내맘대로 안돼도 맡기면서 지내보라고 하셨는데 성당 사람들 외의 사람한테 이런 얘기를 들으니까 그것도 색달랐다.
뉴질랜드 오기 전에 팀장님이랑 얘기하면서도 힘이 많이 됐었는데 오늘도 그랬다. 하루하루 닥치는 상황에 대응하면서 급급하게 살았는데 좀 더 본질적인 고민도 해야겠구나 싶었다. 모든걸 동시에 하기가 쉽지 않지만 그래도 모든걸 다 하면서 살아야 되는게 인생이었지... 요새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는 중인데 시기 적절하게 편지 보내준다는 사람들도 있고, 희망적인 일도 몇 개 생기고, 참 적절한 시기에 필요한 자극을 받게끔 사람도 만나게 되는 이런 것도 참 신기하고 감사하다. 초반에 힘들 각오를 하고 온 것 치고 꽤나 참을성 없이 굴었는데 다시 마음을 다잡고 잘 지내야겠다.
키위회사 두 군데 면접을 보면서 느낀 것
요즘 면접 준비하느라 멘붕이었다. 한국어로도 못하는 인터뷰를 영어로 준비하려니까 아무리 예상 질문이랑 답변을 적어도 머리에 입력이 잘 안되고, 하면 할수록 멘붕이 돼서 공황장애가 올 것만 같은 기분... 신경은 신경대로 쓰는데 뭐가 딱 정리되는 느낌이 없어서 너무 막막했다. 어제는 ASSA ABLOY라는 도어락 업체에서 오전에 전화인터뷰 10분정도 할건데 언제가 편하냐고 해서 5시에 인터뷰를 봤다. 근데 내가 지원했던 Jo Bayley라는 회사가 있는데, 거기 인사 담당자 이름도 Jo고 ASSA ABLOY 인사 담당자 이름도 Jo여서 아침에 문자 받고 대혼란이었다. '분명 떨어졌다고 연락 왔는데 왜 이제와서 인터뷰를 보자는거지?' 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회사 사이트도 안 들어가보고 똑바로 준비 안하고 있다가 5시 돼서 전화를 받았는데 진짜 멘탈 붕괴... 전화영어가 제일 어려운데 매체가 전화였던 것도 문제고, 그 사람이 질문을 하는데 지체 없이 빨리 답해야 될 것 같아서 마음이 초조했던 것, 예상하지 못했던 질문을 받은 것, 준비가 너무 안 돼있어서 컴퓨터 화면에 예상 답변이 써있었는데 찾아서 보고 읽을 만큼의 정신도 없었던 것, 회사에 대해서 알아보지 않은 것 등 모든 게 문제였다.
질문을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면 이 정도였다.
- 너 마케팅 관련해서 뭐 할 수 있어?
- 앞으로 5년 후에 뭐 하고 있을 것 같아?
- 우리 회사에 대해서 아는거 뭐야?
- 지금 직장은 permanent role이니?
- 우리 회사에서 어떤 역할을 하길 기대해?
어제 전화 인터뷰 끝나고 다음날도 인터뷰가 있어서 준비하면서 남자친구랑 통화를 하는데 자꾸 내가 무슨 소리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고, 요리하면서 전화를 받으니까 내가 다 정신이 없어서 빡치고 자신감만 없어지게 됐다. 휴... 너무 미치겠어서 그 때 정민언니랑도 카톡 하고 있었는데 준비하면 할수록 정리가 안될거면 잠이나 자서 컨디션 좋게 하래서 그래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남자친구가 한번만 더 연습하고 자라고 해서 쭉 다시 연습했더니 그제서야 약간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다시 한번 쭉 말하면서 머릿속으로 정리해보고 이젠 내가 뭘 더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재밌게 보고 오자는 마음으로 갔다. 가기 전에 프신부님도, 정민언니도, 대학 패키지 친구들도 응원해줘서 화이팅하는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근처에서 좀 헤매다가 거의 시간 딱 맞춰서 Acumen Republic에 도착. 사무실에 도착해서 인터뷰 보러 왔다고 하니까 아직 준비가 안돼서 좀 기다리라고 하면서 물을 줬다. 사무실은 공간도 넓고 사람들이 몇 명 없었는데 잡담을 하면서 자유로워 보이는 분위기였다. Account manager인 Fran이 와서 인사하면서 나를 미팅룸으로 데려갔다. 그리고 화상통화 기기를 연결하기 시작했다. 세 명 참석한다고 했는데 홈페이지 들어가서 보면서 Senior Account Manager랑 Senior Designer는 주소지가 웰링턴으로 돼 있길래 면접을 보러 오클랜드까지 오는 건지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의문이 풀렸다... 컨퍼런스 콜로 진행하는거였다. 소리도 진짜 바로 앞에 있는 것처럼 잘 들리고 화면도 엄청 커서 신기했는데 제일 신기했던 이유는 뉴질랜드에서 이런 첨단 시스템을 봐서인 것 같다. 다들 굉장히 친절해서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편안하게 있다가 왔다. 회사 시스템이나 어떻게 일을 진행하는지에 대해서 주로 설명을 많이 해 줬다. 이렇게 컨퍼런스 콜을 많이 하게 될건데 시니어 디자이너는 웰링턴에 있고, 오클랜드에서는 앞으로 일하게 될 디자이너가 주도적으로 클라이언트들이 찾아오면 직접 상담하고 응대해야 할거라고 했다. 나는 시니어디자이너가 있으니까 좀 배우면서 차차 적응해 나갈 수 있겠다 싶었는데... 여기 뽑히면 너무 좋겠지만 진짜로 뽑혀도 좀 걱정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저런 설명을 하면서 나한테 질문도 몇 가지 했다.
- 작업들이 너무 좋고 지금 회사에서도 비슷한 일을 잘 하고 있을 것 같은데 왜 여기로 오려고 하냐
- 일러스트도 너가 다 그린거냐, 평소에도 그림을 많이 그리냐
- 포폴에 있는 델리캣 실제로도 있는거냐
- 우리 회사에서 어떤 걸 기대하냐
- 회사에 대해 궁금한 점은 없냐
- 디지털 작업이 많이 없는데 이 부분에 대해 말해달라
근데 회사에서 어떤 걸 기대하냐는 비슷한 질문을 두 개 해서 비슷한 소릴 계속 한거랑, 회사에 대해 궁금한거 있냐고 물어봤을 때 생각해 놨던 게 있는데도 당황해서 그다지 없다고 대답을 해버렸는데 거기서 '아차' 싶었다.. 아아아 멍청ㅠㅠ 그래도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편안했고, 그 사람들이 말을 잘 시켜주기도 했고, 컨퍼런스 콜이긴 했지만 옆에 사람이 있어서 전화보단 훨씬 덜 버벅거렸다. 질문을 못했던 게 너무 큰 실수인 것 같은데 다음 면접은 더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아... 이러면 기회가 와도 놓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평소에 면접 준비를 더 해 놔야겠다고 생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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