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치댁 뉴질랜드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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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정착기

181201 | 지역 이동 후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맞이하는 첫 아침

치치댁 2024. 1. 10. 12:36

(NZ+332) 토요일. 맑음

어제 웰링턴에서 카페리를 타고 Picton으로 가서 차를 타고 크라이스트처치로 왔다. 치치에서 맞이하는 첫날 아침이자 12월의 첫째 날. 오클랜드에서 끙끙대며 쌌던 짐은 풀어놓고 나니 그렇게까지 많은 건 아닌 것 같다. 셰어룸에서 살기엔 많은 짐이었지만 싱글룸에선 적당한 양의 짐. 항상 다른 사람이랑 방을 같이 써 왔어서 싱글룸이 어색하다. 어제는 짐을 다 풀고 나니 기분이 묘했는데 오늘은 또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 잠깐 여행 와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여기는 여름이어서 연말이라고 느껴지지가 않는다. 크리스마스 장식 파는 것도 꼭 재고 처리하는 느낌이고 몸에 새겨진 계절감으로는 지금 왠지 6월 같은데 12월 달력을 보니 이상했다. 연말이라니. 곧 새해라니. 올해가 한달 남았다니... 한달만 더 있으면 뉴질랜드에 온 지 1년이라니 말도 안돼... 여러 일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한 동시에 지금까지 뭘 한거지 싶기도 하고 마음이 복잡해졌다. 확실한 건 뉴질랜드에 와서 흐름에 맡기면서 살아가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는 것이다. 항상 모든걸 미리 대비해야 직성이 풀리고 10년 뒤 미래까지 걱정하면서 살았는데 여기선 그렇게 먼 미래까지 걱정할 것도 없이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면서 하루하루 살아가야 한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더 많고 생각도 못했던 방향으로 일이 진행되기도 하는데 그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그러는 과정에서 관계에 변화도 생기고 새로운 경험도 생겼다. 내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상황이 변하는 것도 아니고 바둥거린다고 뭐가 더 빨리 되는 것도 아니었다. 강제로 마음의 여유를 갖는 훈련을 하게 만드는 뉴질랜드. 사실 상황과 상관없이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는 건 내가 지향하던 (하지만 불가능했던) 덕목이기도 해서, 이런 시간들이 필요해서 주어진 것이려니 싶다. 비슷한 시간이 반복돼도 하루하루는 매일 새로운 날이니까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충실히 잘 살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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