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치댁 뉴질랜드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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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정착기

181205 | 마침내 취직.

치치댁 2024. 1. 12. 06:50

(NZ+336) 수요일. 흐림

172번의 지원 끝에 마침내 취직.
그동안 숱하게 현지 회사들에 지원해도 징하게 합격이 안되더니 크라이스트처치 내려오자마자 치치 회사에 합격한 걸 보니 이렇게 되려고 그랬나 보다. 취업한 곳은 코믹콘과 성격이 비슷한 아마겟돈 엑스포라는 행사를 뉴질랜드의 여러 지역에서 주최하는 회사인데 그래픽노블 출판도 겸한다. 내가 할 일은 주로 엑스포 관련 디자인인데 포스터가 제일 메인이고 행사 관련 디지털과 오프라인 광고, 게스트 발표를 비롯한 소셜미디어 포스트 그래픽, 쇼 가이드 등의 엑스포 관련 전체적인 걸 다 디자인하게 될 것 같다.

내가 꼭 취업하고 싶다고 느꼈던 회사는 아니지만 지금 상황에 가장 좋은 회사임은 분명하다. 지원할 땐 업무가 뭔지도 정확히 모르겠고 내가 기존에 해왔던 분야랑 너무 달라서 공고를 봤으니 제출이나 해보자는 심정으로 지원했다. 저번주 월요일에 여행 시작하자마자 점심 즈음에 지금 취업한 회사에서 과제를 한 번 해 보라고 전화가 왔고, 바로 몇 시간 뒤에 왕가레이 회사에서는 아쉽지만 떨어졌다는 연락을 받았다. 과제 데드라인이 언제 까지냐고 물어봤더니 작업 속도도 보기 때문에 빨리 제출할수록 좋다길래 여행 중이라서 금요일 오후에나 과제를 시작할 수 있다고 얘기했더니 따로 메모를 남겨 두겠다고 했다. 내 성격상 컴퓨터 열어서 메일 온 걸 확인해 볼 만도 했는데 여행하면서 방해받고 싶지 않아서 생각도 안 하고 있다가 금요일 밤에 링크를 확인해 보고 막막해하면서 주말 동안 과제를 했다. 주말에 다시 한번 메일이 와서 월요일 오후보단 늦게 제출하지 말아 달라길래 월요일 오전에 제출했는데 오후에 연락 와서 가능하면 당일 오후나 화요일에 잠깐 만나보자고 했다. 화요일 10시에 Hallswell Centre에서 만나서 미팅을 했는데 다른 지원자도 만나보고 검토하고 이번 주 중에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오늘 연락이 와서 오늘이나 내일 중에 사무실을 방문하면 좋겠다고 했다. 오후 3시쯤 가서 다른 직원들이랑 인사하고 지금까지 작업한 것들도 보고 얘기를 좀 더 하다가 왔다.

근무할 곳은 홈오피스여서 가정집 컴퓨터를 두고 근무하는 형태인데 개랑 고양이도 있었다. 고양이가 막 책상 위에도 올라왔다. 나랑 미팅했던 대표랑 회계 분은 부부셨다. 직원은 나까지 다섯 명이고 다른 직원들은 나랑 비슷한 나이대 여자들이었는데 착해 보였다. 회사에서 해왔던 예전 작업이랑 어떤 일을 하는지 보여주면서 너무 overwhelming하지는 않은지 물어봤는데 내가 실제로 그 일을 해본 게 아닌 데다가 이전 디자이너가 작업을 잘했어서 꽤나 부담스러웠지만 할 수 있어 보인다고 대답했다. 해야지 어쩔 거야... 얘기하다가 2분만 시간을 줄 수 있냐고 물어보더니 두 분이서 다른 곳에 가서 얘기하고 돌아와서는 본인들은 같이 일 해봤으면 좋겠는데 어떠냐고 물어봐서 좋다고 했다. 이전 미팅 때도 설명했지만 3개월의 수습 기간이 있고 워크비자를 지원할 의향이 있다고 했다. 계약서는 메일로 보내줄 테니 며칠 생각해 보고 사인해서 보내주면 같이 일하는 걸로 알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축하한다고 곧 보자고 하고 사무실을 나왔다.

일이 되려니 착착 풀리는 게 신기하다. 특히 타이밍이 이렇게 맞아떨어지는 게. 왕가레이든 치치든 어떻게 되든 뜻대로 되게 해달라고 기도 했어서 왕가레이 떨어지고 치치 가는 걸로 결정 났을 때도 아쉬움은 있었지만 너무 많이 실망스럽거나 하진 않았다. 치치에 와서 내 방도 생기고 정말 가족같이 느껴지는 집에 살게 돼서 마음이 참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언제쯤 일이 구해지려나 어떻게 되려나 걱정되는 마음도 약간 있었는데 뜻밖에 바로 취업이 됐네. 감사하다 진짜. 내려오자마자 이렇게 되니까 뭔가 운명 같기도 하다.

지원하면서부터 여기 되면 진짜 좋겠다 싶은 회사들이 몇 군데 있었는데 지금 취업된 곳은 그런 회사는 아니고 연봉도 낮은 편이지만 그것과 별개로 기다림 끝에 찾아온 기쁜 소식이라 더없이 소중하다. 감사한 마음으로 착실하게 잘 다녀야지! 1월 7일 출근인데 걱정쟁이는 벌써부터 출근해서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지만 한 달 동안 최선을 다해서 즐겁게 살아야지. 내일부터 드라마 보면서 영어 공부도 좀 하고 책도 읽고, 차도 알아봐서 사고 운전 연습도 하고, 방 침대에 누워서 하늘에 구름 흘러가는 것도 보고 산책도 하고 그래야지 후흐후흐흐흐후흐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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