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치댁 뉴질랜드 일상

180107 | 10시 미사, 글렌필드 주변 돌아다니기, 늘 어려운 시작 본문

뉴질랜드 정착기

180107 | 10시 미사, 글렌필드 주변 돌아다니기, 늘 어려운 시작

치치댁 2023. 4. 5. 11:52

(D+4) 일요일. 맑음

  • St Thomas More 10시 미사
  • Glenfield mall
  • Subway
  • Birkenhead domain
  • Marlborough park

드디어 날씨가 갰다. 그동안 너무 추웠다. 한국에서 패딩을 놓고 온 게 한이 되고 있었는데 드디어 개서 좀 따뜻해졌다. 여기는 여름이어도 햇빛이 비추는 곳만 덥고 그늘은 서늘하다. 오히려 가디건 안 입으면 쌀쌀한 정도다. 내가 엄청나게 추위를 잘 타는 몸인걸 감안해야 하지만.

10시 미사를 다녀왔다. 어제도 성당에 다녀오긴 했지만 아담하니 좋다. 영어 미사가 굉장히 낯설었는데, 기도문과 응답을 못 외워서 아무리 미사 통상문을 봐도 따라가기가 어려웠고 강론은 진짜 하나도 못 알아듣겠다. 이게 들리는 날이 오려나...? 오겠지?

미사 끝나고 집에 돌아오니 슬슬 또 우울해져서 집에 처박혀 있으려고 했는데 카톡으로 일단 밖에 나가라는 사람들이 많아서 꾸물대다가 나왔다. 나는 여행 하면서도 느꼈지만 시간을 혼자 보내는걸 굉장히 안 좋아하는 유형의 인간이라 뭐든 같이 할 사람 있으면 하고 없으면 하지 않는다. 보통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누구 하나 같이 할 사람을 끌어들이는 편이다. 그런데 여기선 혼자서라도 해야 하니까 그게 좀 힘들다. 혼자 하면 뭘 해도 흥이 안 난다. 밥도 혼자 먹으려니까 맛없고. 그래서 어쩌면 지금이 나에게 필요한 시간이라고 느껴지기도 한다. 혼자서도 즐겁게 잘 사는 게 건강한 삶이니까 연습을 하는 시간이랄까.

하여튼 집에서 나와 체육관 같은 데 가서 프로그램 표도 받고, 도서관에서 잠깐 책 좀 보고 있으려니 닫을 시간이라고 나가라고 해서 그 옆 몰에서 필요한 것들을 샀다. 일단 방 전구가 너무 어두워서 전구랑 과일...! 홈스테이에서 너무 닭, 달걀, 가공햄, 밥 밖에 안 줘서 야채와 과일이 그리웠다... 블루베리와 키위, 잼을 샀다. 서브웨이에서 오늘의 샌드위치를 테이크아웃 해서(여기서 지금까지 중에 영어 제일 많이 쓴 순간ㅋㅋ) 한참을 걸어 Birkenhead Domain에 갔다. 구글맵에선 되게 큰 공원처럼 보였는데 정작 가보니까 거의 숲에 가까웠다. 들어갔다가 사람도 없고 사방이 큰 식물들이고 인적 드문 한국 산길 같았다. 길이 사방으로 나 있는 곳에서 길을 잃을 뻔해서 쫄아서 나왔다.

다시 집쪽으로 걸어가서 Marlborough Park에 갔다. 공원은 생각보다 집이랑 엄청 가까운 곳에 있었다. 아이들이 농구하고, 보드도 타고 애기들은 맨발로 뛰어다니고.... 그래 이런 게 공원이지 싶었다. 구경하다가 아까 산 서브웨이를 저녁으로 먹었다. 사진만 그럴싸하지 공원에서 혼자 밥 먹는 거 차량 맞다. ㅜㅜ 내일 드디어 어학원 시작하니까 빨리 친구 사귀어야지...... 떠날 땐 혼자 잘 살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으로 되게 쿨하게 왔는데, 여기 도착해서 며칠 혼자 지내보니까 내가 주변에 사람이 없으면 못 사는 사람이라는 걸 새롭게 알게 됐다. 외로움 안 타는 성격인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늘 과정과 마지막이 좋아서 모든 게 다 순탄하고 좋았다고 착각하며 살아 왔는데, 엄마가 내가 뭔가를 시작할 때 항상 난리도 아니었다고 짚어 줬다. 미술학원 갔을 때도 처음에 밥먹을 친구 없다면서 엄청 징징거리고 청년회 처음 들어가서도 불평 불만이 되게 많았단다. 미술학원도 친구 사귀고 좋은 선생님 만나서 잘 다니고, 청년회도 좋은 친구들이랑 신부님들 만나서 재밌게 활동 잘 해서 처음에 어땠는지 완전히 잊고 지냈는데... 지금도 댕댕거리니까 엄마가 알려주심.ㅋㅋ 도착한지 이제 4일 됐는데 아주 세상 잘못될 것처럼 조급해 하는 내 성격.... 처음엔 이런 상황들이 그저 싫기만 했는데 지금은 이런 시간을 견뎌내는 기회가 온 것에 감사하고 있다.

집에 돌아와서 전구를 갈아끼우니 방이 환해져서 기분이 좋아졌다 :) 원래 5w 전구가 끼워져 있었는데 내가 사온 건 15w짜리다. 20w짜리 사고 싶었는데 참았다. 정격 전압 넘는 거 꽂으면 화재 위험이 있다던데 모르겠다😇  그치만 전에 꽂혀있던 전구는 눈이 너무 침침하고 방도 어두워서 우울했다. Josielyn한테 다른 전구 없냐니까 뉴질랜드는 필리핀이나 코리아처럼 전구가 밝지가 않다고 했는데 그짓말쟁이. 전구가 안 터지길 기도하면서 환한 방에서 지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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