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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치댁 뉴질랜드 일상
180116 | CV 클래스, 재은님과 첫만남 본문
(NZ+13) 화요일. 흐림, 약간 비
오늘은 학원 끝나고 수업 후 무료로 해주는 CV 클래스를 신청해서 들었다. 은행 계좌랑 세금 코드 받는 법, 일자리를 구하는 법에 대해서 알려줬는데 대부분 아는 내용이었고 Jeff가 보내준 CV에 이미 모든 게 완벽하게 들어있어서 특별히 새로운 건 없었다. 그런데 가게에 직접 찾아가서 파트타임 구하는지 물어보라는데 뭐라고 말해야 될지 모르겠는 게 제일 어려운 부분이다. 그리고 만났을 때랑 헤어질 때 악수를 하라는데... 어느 타이밍에 하라는 거지...? 내가 자라온 환경이 너무 악수 문화가 아니어서 도대체 언제 어떻게 해야 되는 건지 모르겠다....... 일단 가게에 들어가 보면 알려나? 새로운 곳에 왔으니 한국에서의 나와는 다른 마음으로 다르게 행동해야 되는데 아직은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으앙ㅠㅠ
수업 끝나고 아빠 지인 자제분인 재은님을 만났다. 레스토랑 예약까지 시간이 남아서 카페에서 얘기를 나눴다. 어떻게 뉴질랜드에 올 생각을 했는지, 날씨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 영어공부는 오기 전에 좀 했었는지 등등 정말 여러 가지에 대해서 얘기를 나눴다. 여기 왔으니까 영어로 얘기하고 싶냐고 물어보길래 좋다고, 영어가 모국어 같은 사람이랑 대화하면 좋을 것 같아서 그러자고 했다. 사실 반 친구들이랑 대화를 많이 하긴 하는데 정말 말만 하는 거지 뭔가 틀리거나 어색하게 말했을 때 서로 고쳐주진 못하니까 그 부분이 아쉬웠다. 카페를 나와서부터 영어로 대화를 했는데 생각보다 영어를 잘해서 놀랐다고 했다. 워홀 온 사람들도 그렇고 공부하러 온 사람들도 영어를 못하는 사람이 많아서 나도 못할 줄 알았다고.
OSTRO Brasserie & Bar라는 레스토랑에 갔는데 2층이라 항구가 내려다 보이는 뷰도 좋고 분위기도 고급스러웠다. 여기는 어제 갔던 데보다도 더 비쌌다. Beef Wellington이라는 메뉴를 시켰는데, 소고기를 버섯으로 싼 후 겉에 페스츄리를 한 겹 더 감싼 요리였다. 재은님은 본인이 집에서 만든 게 더 맛있다고 했다. 보기엔 아름다웠는데 맛은 사실 그 정도까지는 아니긴 했다(!)
저녁을 먹으면서 영어로 이 얘기 저 얘기를 엄청 많이 했다. 표현에 대한 것도 얘기했더니 내가 쓰는 표현 중에 듣기 어색한 표현을 몇 개 짚어줬다. My memory was deleted 이것보다 erased가 더 자연스럽다고 했다. 그리고 내가 뭔가 생각이 안 날 때 My head stops 이랬더니 그렇게 말하면 알아들을 수는 있는데 쓰이는 표현이 아니라고 I stop thinking 이거나, My mind goes blank라고 말하는 게 좋다고 했다. I have a brain fart 이건 슬랭처럼 쓸 수 있는 거라고 했다. 그리고 내가 Thank you를 듣고 You're welcome이 생각 안나서 한 3초 뒤에 대답하는 것 때문에 되게 이상해진다고 했더니 그건 너무 예의바른 표현이고 그냥 welcome, no worries, it's ok, all good 이 정도가 무난하다고 했다.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다. 내가 뉴질랜드에 왔다는 이유만으로 만나주고, 도와주고, 밥 사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게 (심지어 얼굴도 처음 보는 사람들인데도!) 진짜 정말 너무 놀랍다. 요즘 이런 경험을 하면서 '나는 지금의 나와 같은 처지의 사람을 만나면 저 사람들이 나한테 해준 것처럼 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 보게 된다. 내 삶도 바빠서, 사는게 힘들어서, 시간도 여유도 없어서 이런저런 이유로 귀찮은 상황을 피하려고 하진 않았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여기서 지내면서 더 많은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주변을 좀 더 돌아볼 수 있게 되길, 누군가 나에게 좋은 사람들이 되어줬듯이 나도 그런 사람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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