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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치댁 뉴질랜드 일상
180117 | Fire alarm, 이해 될 때까지 물어보는 태도 본문
(NZ+14) 수요일. 흐림
- 샌드위치
- Fire alarm
- The Crab Shack (with FCE)
아침에 보니까 식탁에 샌드위치가 있었다. Josielyn이 점심으로 가져가라고 만들어둔 거였다. 계란이랑 치즈만 들어있는 아주 간단한 거였지만 점심을 싸주다니 ㅠㅠㅠ 흐엉어 감동이다..... 주말에도 호빵 같은 거 내일 점심에 가져가거나 뒀다가 먹으라면서 줘서 월요일 점심에 먹었는데! 표현은 별로 없지만 친절한 것 같다. 휴 근데 여기 온 지 별로 오래되지도 않았는데 샌드위치 계속 먹으니까 토할 것 같다.ㅋㅋ 오늘 Jean이 점심시간에 컵라면 먹었는데 나도 한인마트 가서 사야겠다! 밥도 싸가서 말아먹어야지.(라고 말하고 과연 언제 살까?)
오늘 오후 수업 중에 Fire alarm이 울렸다. 나는 한국에서 너무 오래 살아서 둔감해진 건지 알람을 듣고도 아무 생각 없이 멍 때리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다 일어나서 나갔다. 건물에 있는 모든 학생들이 모두 나와서 당연하게 계단으로 내려가는데 그게 너무 신기하고 약간 전율이 느껴졌다. 우와 진짜 대피하는구나....... 멋지다! 한국에서는 학교에서 오작동으로 인한 경보음을 여러 번 들었어도 대피(하는 척이라도)해본 경험이 전무한데 진짜 나가다니.... 그게 오작동이라도 일단 나가는데 맞는데 그 너무 당연한 걸 태어나서 처음 경험해 봤다. 더 신기한 건 소방차가 세 대나 왔다!!! 아 진짜 너무 신기해...ㅠㅠ 결론은 오작동이었고, 다시 건물로 들어갔다. 결과적으론 진짜 아무 일도 없었지만 확인해 보기도 전에 아무 일도 아닐 거라고 생각하면 끝도 없이 안일해지는 것 같다.
오후 수업 마지막 부분에 지역사회를 위한 프로젝트를 팀별로 구상하는 시간이 있었다. Roman이 정말 좋은 의견을 냈지만 요구되는 프로젝트보다 규모가 너무 커서 기각됐는데, 왜 그게 안되는지에 대해 선생님에게 끝도 없이 물어보는 게 인상적이었다. 우리 같으면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 보는 게 좋겠다는 소리를 들으면 그게 아닌갑다 하고 시키는 대로 다르게 할 것 같은데, 그게 도대체 왜 안되는지에 대해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따지는 게 다른 문화권에서 왔기 때문에 가능한 건가?라는 생각도 좀 들었다. 사실 그 프로젝트의 목적이 영어를 연습하기 위한 건데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걸 보면서 왜 그러지? 싶은 생각도 들었는데, 그런 태도에 대해서 ‘아니 그게 아니라고!!’가 아니라 차근히 설명하면서 완전히 동의하지 못하더라도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선생님의 태도도 인상 깊었다. 다른 사람의 각기 다른 성격과 특성은 존중받아야 마땅하지만, 그래도 너무 대쪽 같은 것보다는 유연한 게 어느 면으로나 좋은 것 같다고 속으로 생각했다. 나도 한 고집 해서 이런 말 하기 웃기지만ㅋㅋ
수업 끝나고는 수요일에 행사를 하는 Crab Shack에 가서 반 친구들이랑 맥주 한 잔씩 하고 저녁 시간에 맞춰 집에 왔다. 저녁을 먹고 나서 Josielyn이 내일 점심도 싸가도 된다고 했다. 오늘 저녁은 밥이랑 야채 고기볶음 같은 거 알아서 섞어서 볶음밥처럼 먹는 거였는데, 그거 남은 거 싸가면 되냐고 했더니 그러라고 했다. 오예ㅋㅋ 샌드위치 지겨운데 내일은 밥 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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