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치댁 뉴질랜드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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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정착기

180312 | The Occidental (with Mayu)

치치댁 2023. 6. 30. 10:12

(NZ+68) 월요일. 비

오늘 혹시 몰라서 Helen한테 여전히 다음 CAE 코스 선생님이냐고 물어봤는데 맞다고 해서 다행이다. 옆에서 Jean이 얘는 선생님이 그대로여서 얼마나 다행이라고 느끼는지 모른다며 거들어줘서, 맞다고 Kai가 더 이상 CAE 선생님이 아니어서 너무 아쉽고 바뀌는 선생님 누군지 몰라서 걱정된다고 그랬더니, 그 선생님이 맡았을 때 학생들이 되게 좋아했다고 해서 좀 안심됐다.

이번주가 시험인데 다른 어느 때보다 집중도 안되고 공부하기도 싫다. 수업시간엔 집중 잘하는데 수업 끝나고 나서! 평소 같으면 교실에 남아서 공부하거나 도서관 가서 공부할 텐데 요샌 움직이기도 귀찮아서 수업 끝나고 한동안 교실에 멍하니 앉아 있는다. 근데 나만 그런 게 아니고 다른 친구들도 다 비슷한 상태라 오늘 수업 끝나고는 아무도 집에 안 가고 다 교실에 앉아있어서 마치 다음 오후 수업이 또 있는 것 같다고 서로 말했다 ㅋㅋ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이번주가 반 친구들과 보내는 마지막 주라니. 실감도 안 나고 믿고 싶지도 않다 ㅠㅠ 얘네가 오클랜드에서 제일 친한 애들인데... 코스 끝나면 다음 주에 바로 CAE 시작이라 정신없겠지만 마음 한구석이 많이 휑할 것 같다.

공부하기 싫어서 교실에 붙어있는 뉴질랜드 지도를 들여다보면서 저번에 여행 왔을 때 어떤 경로로 다녔는지 찾아봤다. 시험이랑 진짜 1도 관련 없는 비 와서 집에 가긴 싫고 공부하기도 싫은 학생의 흔한 타임킬링 ㅋㅋㅋㅋ 그땐 내가 지도를 본 것도 아니고 운전을 한 것도 아녀서 지도에서 다시 경로를 찾아보며 새록새록 기억을 떠올렸다. 그 때 진짜 좋았는데. 이번 코스 끝나고 반 애들 몇 명은 남섬에 놀러가고 다른 데로 휴가 가는 친구들도 있는데 안전하게 여행하고 좋고 예쁜 거 많이 봤으면.

그렇게 한 다섯 시까지 교실에 죽치고 있다가 Mayu랑 나랑 둘만 남았는데 그 때부터 시작해서 폭풍수다를 떨었다. 월요일마다 Occidental에서 초록홍합 1kg을 15달러에 파는 딜이 있는데, 전부터 Mayu가 그거 가고 싶다고 했었는데 다들 바빠서 까먹다 보니 어느새 마지막 주가 됐다. 오늘도 거기 가고 싶다고 하길래 그럼 가자고 했다. 옥시덴탈은 술을 마시든 안 마시든 입장할 때 부터 ID를 체크한다. 오늘 방수가방을 개시하면서 여권을 옮겨 담지 않아서 ID가 없는 바람에 집까지 같이 와서 여권을 챙긴 다음 다시 Occidental에 갔다. 참, 방수가방은 방수가 아주 잘 된다. 이 디자인에 방수가 안되면 너무한거지... 하여튼 성능은 대만족이다! 오늘 학교 끝나고 Jean이 우산 없다길래 빌려주고 나는 우비 입고 방수가방 메고 잘 돌아다녔다. 이대로 방수 바지랑 신발도 곧 구입 각.....ㅋㅋㅋ 비오는거 신경쓰기 딱 싫다.

오늘 비도 추적추적 내리고 월요일이라 Occidental에 대기가 없길 바랐는데 웬걸... 45분 대기였다. 그리고 대부분 한국인인 것 같았다. 역시 한국 ㅋㅋㅋㅋ 좀 기다리다 보니 다행히 바에 자리가 나서 바 체어에 앉아서 기다릴 수 있었다. 한참을 기다린 후에 테이블이 비어서 드디어 자리에 앉았다. Grilled랑 Pot으로 된 걸 하나씩 시켰는데 양이 많아서 다 못 먹고 남겼다. Grilled Mussel은 Mixed Platter로 시켰더니 다양한 맛을 한 번에 경험할 수 있어서 좋았다. 나는 홍합 자체 식감이랑 맛을 좋아하진 않아서 거의 소스 맛으로 먹는거라 맛이 다양한 게 먹기 수월했다. 여러 맛이 있어서 그런지 Mission bay에서 먹었던 것보다 여기가 더 만족스러웠다. 여기서도 진짜 폭풍수다를 떨다가 10시도 넘어서 헤어졌다. 한국과 일본의 현실과 앞으로의 계획, 이상형과 플랫 생활의 불편함 등 별 시시콜콜한 얘기를 디테일하게 나눴다. '내가 비록 어!? 시험공부는 안하지만 어? 영어로 말하는 건 오늘 열심히 했다고!' 이런 느낌으로 하루를 보내고 집에 왔다.

오늘 하루종일 비가 와서 저녁 되니까 엄청 춥다. 오늘 계속 습해서 어제 빨래한 이불이 과연 말랐을지 걱정하며 들어왔는데 다행히 다 말라있어서 덮고 따숩게 잘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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