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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치댁 뉴질랜드 일상
180622 | 뉴질랜드 남섬 여행 아홉째 날 (Kaikoura) 본문
(NZ+170) 금요일. 맑음
남섬 여행 아홉째 날 그리고 마지막
- Kaikoura
- Whale watch
- Seals colony
- Lookout
남섬 여행 여덟째 날은 Abel Tasman 아래쪽으로 가서 카약킹 하려고 했는데 하루 전에 예약했어야 한대서 못 했다. 대신 Kaikoura로 이동해서 Whale watching을 하기로 했다. 카약은 미션베이에서도 타보긴 했으니까 아주 큰 미련은 없다. 너무 졸려서 차에서 자고 있는 사이에 Jae가 이것저것 다 알아봤다. 조수석에서 자는 나쁜 버릇 못 고치네...
카이코우라까지 이동하는 것만도 한참 걸려서 여덟째날 따로 한 건 없다. 가는 길에 언덕보단 높고 산보단 낮은 몽글몽글한 지형들이 예뻤다.
Jae’s dinner. 내가 주방에서 얼쩡거리니까 방해하지 말고 티브이나 보면서 영어 공부 하라고 했다. 스테이크 맛있었다... 어떻게 사람이 먹을 수 있는 형태의 음식을 금방금방 만들지? 내가 같은 재료로 만들었으면 다른 사람은 못 주고 나만 먹을 수 있는 거 만들 텐데... 요리 잘하는 사람 좋은 사람🤣
남섬 여행이 끝나가는 게 아쉽다. 시간이 너무 빨리 갔다.
오전에 Whale watch를 했다. 버스를 타고 다른 쪽 바다로 가서 배를 타고 나가는 거였는데 배도 좋고 설명도 친절하고 자세하게 해 줬다. 영상 자료가 3D였는데 퀄리티가 높아서 놀라웠다. 먼바다로 나가야 해서 배가 빠른 속도로 달렸는데 바다에 물결이 심해서 멀미가 났다. 나는 그래도 배 멈췄을 때 나가고 할 건 다 할 수 있을 정도였는데, 옆에 멀미 심하게 하는 사람이 있어서 좀 걱정됐다. 고래를 보는 건 운이 따라야 해서 거의 다 보긴 한다지만 못 보는 때도 있다고 했다. 바다 위에서 배를 세우고 엔진을 껐다. 고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장비를 바다에 넣어서 소리가 들리면 그쪽으로 이동하는데 바다에 나와 있는 배들과 위에 떠 있는 flight에서 서로 통신으로 고래 위치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았다. 한참 동안 고래를 못 찾아서 오늘 못 보는 건가 싶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잘 찾아서 총 4마리의 sperm whale을 볼 수 있었다. 이빨 있는 고래 중 가장 큰 고래라는데 생각보다는 작았다. 그래도 몇 미터는 족히 되지만! 빙산과 마찬가지로 수면 위로 나오는 면적은 고래의 1/10 밖에 안 돼서 육안으로 볼 수 있는 건 아주 일부분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신기했다. 산소를 마시러 물 위로 5분 정도 올라왔다가 다시 물속에서 두 시간은 버틸 수 있대서 타이밍도 잘 맞아야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 위로 올라온 고래는 물을 뿜기도 하고 움직이다가 물속으로 다시 들어가는데, 들어갈 때 꼬리샷을 찍으려는 수많은 사람들이 좋은 카메라를 들고 왔다. 마지막에 고래 두 마리가 만나는 장면을 봤던 것이 특히 좋았다. 고래 하나가 물 위에 올라와 있었는데 물 위로 올라온 다른 고래를 만나더니 옆으로 나란히 가서 사이좋게 물속으로 들어갔다. 귀엽군.... 두 마리 꼬리샷 나는 별로 안 예쁘게 찍혔는데 잘 찍은 사람들은 진짜 잘 찍었을 것 같다.
투어가 끝나고 어제 Airbnb 주인 분이 알려주신 Seals colony에 갔는데 서식지에선 물개들이 거의 안보이고 사람들 걸어 다니라고 만들어 놓은 데크에서 다 자고 있었다. 부들부들한 게 만져보고 싶게 생겼는데 얘네는 사람을 공격한대서 가만히 있었다.
마찬가지로 주인 분이 알려주신 fish n chips 가게에도 들러서 테이크아웃을 해서 전망대에 올라갔다. 가는 길에 보이는 나무가 심어져 있는 해변도 너무 예뻤고 올라가서 양 쪽으로 바다가 보이는 뷰도 아름다웠다. 정말 카이코우라는 딱 휴양지 같은 그런 느낌이다. 와서 며칠씩 쉬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시 앤 칩스도 바삭하니 맛있었는데 피시보다도 칩스가 맛있었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다시 크라이스트처치에 도착했다. 아빠 친구 가족분들 너무 따뜻하고 편안하게 대해 주신 게 감사해서 마지막 저녁 식사는 밖에서 대접하려고 했는데 일정이 늦어져서 이미 저녁을 준비하셨다고 와서 먹으라고 하셨다. 돈 벌면 또 놀러 와서 사라고 하셨다. 그래 취업해야지...! 저녁도 진짜 맛있었다. 딱 집밥이라 건강해지는 느낌. 직접 만드신 생강차도 주셨다. 첫날 주셨던 니트 신발 큰 것 같다며 내 발에 맞게 새로 또 신발을 떠 놓으셨는데 이것도 너무 예쁘다. 감사합니다 잘 신을게요!
떠날 시간이 돼서 인사 드리고 기사와 함께(ㅋㅋ) 공항으로 향했다. 비행기에서 내내 기절해 있다가 정신 차리니 오클랜드에 도착했다. 위험하다는 밤의 케이로드를 무사히 지나 집으로,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내 방이 너무 낯설고 시간여행 하다가 불시착한 느낌이 들었다. 꿈같은 일주일이었다. 놀러 오라는 말씀과 오면 놀아주겠다는 말만 믿고 덥석 아무 준비 없이 몸만 갔던 여행이었는데 예쁘고 좋은 것 많이 보고 재밌는 경험도 많이 했다. 여행은 새로운 것을 본다는 자체로 좋지만 이번 여행에선 특히 사랑도 많이 받고 온 것 같다. 여행하면서 만났던 친절한 사람들, 오클랜드 집보다 훨씬 더 집 같이 느껴졌던 예쁜 집, 따뜻하게 맞아주신 가족분들이랑 몽구, 편안하게 여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함께 해준 Jae, 스스럼없이 대해 준 수현씨네 가족까지. 뉴질랜드 와서 익숙해지기도 하고 지치기도 할 때쯤 시기적절하게 다녀온 휴가에서 에너지 충전했으니 또 열심히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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