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치댁 뉴질랜드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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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호주 여행

180725 | 호주 여행 둘째 날 (멜버른 소렌토)

치치댁 2023. 9. 5. 07:50

수요일. 맑음, 구름

  • Apolo Bay
  • Memorial Arch (Great Ocean Road)
  • Car Ferry (Queen Cliff > Sorrento)
  • London Bridge Lookout
  • Spray Point
  • Peninsula Hot Springs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서 Apolo Bay에서 일출을 보려고 했으나 비 오고 구름 끼고 일출 시간보다 늦게 도착했다. 정확히 일출을 봤다고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시간 맞춰서 비도 잠깐 그치고 하늘이 옅은 파스텔톤인 게 예뻤다. 파도가 해변 쪽에서만 치는 게 아니고 먼바다에서 수직으로도 치던데 정말 신기했다. 아빠 있었으면 왜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설명을 들었을 텐데. (아빠의 답변: 먼바다에서 수직으로 치는 파도는 눈에 보이지는 않겠지만 물속 지형이 특이하거나 좁은 만으로 밀물이 밀려올 때 나타나지. 아마존강 하구에서는 9m 폭포를 만들며 밀려와.)

카페에서 밥을 먹고 Great Ocean Road를 따라 드라이브를 해서 Car Ferry를 타러 갔다. 차 싣는 배라길래 어마어마하게 클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어서 가는 동안 배가 꽤 흔들렸다. 배 안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폭풍 수다를 떨었다.

 

소렌토에 도착해서 산책하려던 National Park가 문을 닫아서 London Bridge Lookout에 갔다. 다리 모양으로 생긴 돌이 신기하기 보다도 바닥 쪽에 뽕뽕뽕 구멍 난 데로 뒤쪽에서 치는 파도가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리는 게 더 신기했다. Spray Point는 바다 아래쪽 땅 지형이 아주 특이했는데, 해변에서 멀어지면서 땅이 서서히 낮아지는 게 아니라 지그재그 모양으로 갑자기 훅 꺼져서 파도가 빠질 때 바다 한가운데에 폭포 같은 게 생겨나는 것이 너무 신기했다.

 

바다가 가까이 있는 곳에 살면서 느끼게 된 건 내가 파도를 엄청 좋아한다는 거다. 밀려오고 부서지는 모양이 매 순간 다른 것, 파도가 접히는 단면에서 나타나는 다른 물의 색, 매섭게 몰려오지만 해변에선 거품처럼 부드럽게 부서지는 모습, 파도가 밀려나간 자리에 젖은 모래와 마른 모래의 경계가 그리는 곡선 이런 모든 것이 경이롭고 하루 종일 바닷가에 앉아서 하염없이 파도만 바라보고 있어도 행복할 것 같다. 에너지가 넘치면서도 한편으로는 모든 것을 무한 또는 무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것 같은 묘한 느낌도 매력적이다.

Hot Spring에 시간을 잘 맞춰 가서 낙조를 볼 수 있었다. 계단식 온천이 여러 개 있었는데 맨 꼭대기 온천은 부지런한 사람들이 이미 줄을 서 있어서 온천을 하면서 해 지는 걸 보진 못했다. 동양인들이 되게 많았다. 뉴질랜드는 관광지에 동양인 외국인 비율이 반반쯤 되는 것 같은데 호주는 대부분이 동양인인 것 같다. 뉴질랜드에서 지내면서 하고 싶던 것 중 하나가 온천욕이었는데 정작 기대했던 것만큼 좋지는 않았다.

저녁에는 멜버른 시티에 입성했다. 자연 풍경만 계속 보다가 엄청 큰 도시를 보니까 갑자기 촌에서 온 애같이 눈이 휘둥그레졌다. 게다가 밤이라 모든 빌딩에 불이 다 켜져 있어서 화려함 그 자체였다. 고층빌딩도 많고 삐까뻔쩍했다. 뉴질랜드에 조금 있었다고 시골 사람이 다 된 듯하다.

시내에 들어오니까 운전하기가 엄청 정신없었다. 예약한 숙소 근처에 도착했는데 적혀있는 주소가 호텔 주차장인 데다가 닫혀 있어서 호스트한테 전화했더니 숙소 키 받고 주차장 들어가는 방법이 복잡해서 사진으로 설명한 걸 에어비앤비 링크를 보내 놨다고 했다. 차는 대충 세워져 있고, 빨리 내가 상황을 해결해야 될 것 같고, 처음 보는 정보인데 복잡하고 영어로 보고 있자니 갑자기 스트레스를 빡 받아서 머리가 어질 했다. 다행히 숙소에 잘 들어오긴 했는데 컨디션이 안 좋으니까 작은 것도 큰 스트레스로 다가와서 여행 잘하다가 마지막에 급 시무룩해져서 불편했던 것들에 대해 숙소에서 어른들과 깊은 대화를 나눴다.

숙소에서 보이던 야경

거울을 보니 입술이 만나는 부분에 또 새로운 수포 같은 게 세 개 생기고 볼 안쪽에도 생겨서 내일 하루 여행을 쉬기로 했다. 사실 몸이 힘든 건 많이 없는데 자꾸 증상이 나타나니까 뭔가 불안하고 찝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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