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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726 | 호주 여행 셋째 날 (퍼핑빌리 증기기관차 투어) 본문
목요일. 맑음, 구름
- Melbourne ENT Group
- Puffing Billy Railway
원래는 아침에 깨우지 말고 여행 다녀오시라고 했었는데 아침에 눈 떠져서 입 안을 혀로 만져 보니까 이 뒤쪽 입천장에도 뭐가 생겨 있었다. 거울을 보니 그냥 잇몸이 부은 거였지만 심란해서 병원을 가야 되나 싶어졌다. 그때부터 이비인후과에 전화해서 예약하고 내가 가진 보험이 여행 중 병원 가는 것도 커버되는지 알아봤다. 다행히도 국가 상관없이 적용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통화로 입에 뭐 생긴 거랑 목 아픈 증상 얘기했더니 초진비와 목 안에 카메라 넣어서 촬영하는 비용을 포함해서 420불이라고 하면서 예약할 거냐고 물어봤다. 개 비싸 진짜... 근데 다른 방법도 없어서 예약하고 출발했다. 외국에서 언젠가 병원 갈 일이 생길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그게 지금이라니....
병원에 도착해서 서류를 작성하고 대기하다가 이름을 부르길래 들어갔다. 나는 한국처럼 이름 부르는 사람이 따로 있을 줄 알았는데 의사가 나와서 이름을 불렀다. 의사 분은 아주 친절하셨다. 멜버른 처음 온 건지 물어보고, 오늘 날씨가 좋아서 여행하기 좋겠다고 했다. 코로 관 집어넣어서 목까지 들어가면서 촬영할 건데 마취액 딸기향이랑 페퍼민트 향 중에 뭐가 좋냐고 물어봐서 꼬마가 된 것 같아서 웃겼다. 이거 아프냐고 물어봤더니 아니라고 본인이 젠틀하게 할 거라고 하셨다. 막상 할 때는 기분만 이상하고 안 아팠는데 오히려 빼고 나서가 아팠다. 실시간으로 코랑 목 내부가 큰 화면으로 전송되는 게 신기했지만 내가 봐서 뭔지 알 수는 없었다. 먹는 약과 입에서 우물우물하다가 삼키는 용액을 처방해 줬다. 병원도 다녀왔으니까 좀 나았으면 좋겠다.
그러고는 Puffing Billy 증기기관차를 타러 갔다. 석탄으로 운행하던 옛날 기차를 탈 수 있는 관광상품이었는데 Belcrave부터 Lakeside까지 총 세 갠가 네 개 역을 지나가는 코스를 끊었더니 웬걸 한 시간은 타고 가야 해서 너무 길었다. 돌아오기까지 해야 해서 두 시간이나 기차를 탔다. 타보니 15분만 체험하면 충분할 것 같았다. 처음에는 연기 뿜어져 나오는 것도 신기하고 칙칙폭폭 뿌앙 소리랑 덜컹거리면서 숲 속을 달리는 게 놀이공원에 온 것 같고 재밌었는데 풍경이 빼어나게 예쁜 건 아니어서 지루해졌다. 기차가 지나가는 동안 정지해 있는 차 안에서 사람들이 인사해 주는 게 귀여웠다. 집에서 인사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매일 보는 장면일 텐데도 저렇게 인사를 해주네 싶었다.
Lakeside에 내리니까 빨강 파랑 앵무새가 있었는데 색이 고왔다. 사람들이 과자를 주니까 손에도 와서 앉았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쉬다가 열차 출발 시간이 돼서 나갔는데 석탄과 물을 기차 맨 앞 칸에 채워 넣는 걸 구경할 수 있었다. 갈 때는 사람들 다 창 밖 구경하고 사진 찍느라 바빴는데 오는 기차에서는 다들 창문 비닐을 내리고 자면서 왔다.
숙소에서는 삼계탕을 해 먹었다. 약 처방받은 거 열심히 복용하긴 했는데 진통제 성분이 없어서 오히려 더 아파졌다. 약간 열나고 힘들어서 밥만 먹고 일찍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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