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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805 | 호주 여행 열세번째 날 (시드니 시내 관광 - 세인트 메리 대성당, 뉴사우스웨일스 미술관, 시드니 천문대 공원, 더 록스 마켓, 오페라 하우스) 본문
180805 | 호주 여행 열세번째 날 (시드니 시내 관광 - 세인트 메리 대성당, 뉴사우스웨일스 미술관, 시드니 천문대 공원, 더 록스 마켓, 오페라 하우스)
치치댁 2023. 9. 29. 11:14일요일. 맑음
- St Mary’s Cathedral
- Art Gallery of New South Wales
- Hyde Park
- Chat Thai
- Sydney Observatory Park
- The Rocks Market
- Sydney Opera House - Great Opera Hits
St Mary’s Cathedral에서 9시 미사를 드렸다. 30분 일찍 도착해서 돌아봤는데 성당이 엄청 컸다. 유럽 대성당 규모 정도 되는 것 같았다. 소화데레사 성녀 상이 있어서 반가웠다. 영어 미사는 오클랜드에서 볼 때가 좋았다... 물론 그것도 못 알아듣긴 하지만 여기는 훨씬 빨리 말하고 엄청 연로하신 신부님이셔서 더 듣기 힘들었다. 결국 기도문 빼곤 거의 하나도 이해하지 못했다. 근데 여기는 주보 말고 미사통상문을 거의 책처럼 중철을 해서 나눠주던데 이걸 어떻게 거의 매주 만드는 건가 싶었다.
미사 끝나고는 Art Gallery of NSW에 갔다. 유료 전시도 있었는데 어차피 한 시간밖에 구경할 시간이 없어서 오늘도 무료 전시만 봤다. 고전도 있고 원주민 미술도 있었는데 나는 contemporary랑 추상이 끌려서 그쪽을 먼저 보러 갔다. 실험적인 작품이 많아서 재밌었다. 정해진 프레임 안에서 테이프, 컵, 책 페이지 같은 사물들의 움직임과 면을 통한 공간 표현을 영상화 한 작품도 흥미로웠고, 스타킹 같은 재질에 향신료를 담아서 색과 질감, 향을 느끼도록 한 설치미술 작품도 좋았다. 풀을 바른 뒤 가루를 흘려서 그림이 나타나도록 하는 기법을 촬영해서 영상화 한 작품은 같은 그림을 만드는 데 다양한 형태로 가루를 흘리거나, 아니면 비디오를 거꾸로 돌려서 그림에서 가루의 상태로 돌아가도록 보이게 하는 게 재밌었다. 한국 출신으로 뉴질랜드에서 활동하는 작가의 작품도 있었는데 큰 전시실 전체에 쇠파이프가 지나가면서 그 파이프의 끝에 일상적인 오브젝트(버스 손잡이, 카페 테이블, 침대, 조명, 대걸레 등)를 달아서 현실적이면서도 비현실적이었다. 본 것 중에 제일 좋았던 건 알록달록한 탁구공 크기의 공 오천 개가 낚싯줄에 매달려 있는 작품이었다. 그 공간에 들어가자마자 우와! 소리가 나왔다. 원래는 점묘화 기법으로 작업하는 작가가 그걸 공간에 적용시킨 거라는데 빨강부터 파랑까지 색의 그러데이션이 정말 예뻤다. 그냥 단순한 색깔이 아니라 중간중간 형광색도 섞여 있었는데 정말 점묘화같이 여러 색이 섞여서 색의 조화가 생기는 것, 공간감이 있는 상태에서 색의 향연이 펼쳐지는 것, 그리고 그 색 자체가 밝고 알록달록 해서 기분이 좋았다. 선풍기가 있어서 그게 작동되면 뭔가 엄청난 일이 일어날까 싶어서 기대했는데 그냥 아주 미세하게 공이 떨렸다.
Hyde Park는 성당 앞에 있길래 잠깐 걸었는데 별로 특별한 게 없이 느껴졌다가 다시 가서 큰 가로수가 터널처럼 연결되는 길에서 보니까 뷰가 확실히 달랐다. 나무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과 겨울인데도 파아란 나무에서 싱그러움이 느껴졌다. 공원 끝에는 분수가 있었다.
친구가 추천해 줬던 태국 요리 음식점인 Chat Thai는 백화점 위층 푸드코트 같은 곳에 있었다. 한국에서 백화점에 많이 다녔어서 빠르게 적응했지만 뉴질랜드에는 백화점같이 생긴 건물이 없어서 아주 잠깐 신기했다. 시드니는 이런 게 몇 개씩이나 있고 갤러리랑 박물관도 많아서 정말 큰 도시구나 싶다. 멜버른은 별로였는데 시드니는 또 좋아서 무슨 기준으로 나의 좋고 별로임이 나뉘는 건지 잘 모르겠다. 시드니가 더 한국 같고 익숙한 느낌이라 그런가. 근데 또 오페라하우스랑 하버브리지 있는 길은 엄청 외국스러운데... 여하튼 본론으로 돌아와서 음식을 이것저것 다양하게 시켰는데 약간 짰지만 다 맛있었다.
Sydney Observatory Park에 올라가서 주변 풍경을 구경했다. 시드니는 오페라하우스랑 하버 브리지를 잘 지어서 모든 관광 수익을 뽕을 뽑는 느낌인데 그 둘은 어디서 봐도 랜드마크처럼 잘 보이고 빛이랑 하늘 배경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느낌을 준다. 공원 한쪽에서는 외국인들이 파티를 하고 있었는데 30이라는 풍선이 있는 걸 보니 30세 기념 파티인 걸까 싶었다. 잔디밭에 누워있는 사람들이 꽤 많았는데 나도 눕고 싶었다. FCE 애들이랑 알버트파크에 누워있었을 때 진짜 기분 좋았는데.
금토일에만 차도를 막고 여는 The Rocks Market에서는 음식부터 공예품까지 다양한 상품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본 것 중 꽂혔던 것은 호주 우표 5장을 겹쳐서 입체로 만든 액자였다. 코알라, 꽃, 오페라하우스 등 다양한 우표가 입체화되어서 액자에 들어있었는데 가격이 70불에서 130불 이상까지 비싼 편이었지만 매우 독특하고 정교해서 한참 그 앞에 서서 구경했다. 한국에서 여행 온 거였으면 비싸도 하나 샀을 것 같다. 근데 오클랜드는 내 집이 아니어서 액자 놓을 데도 없고 사봤자 짐만 될까 봐 사지 않았다. 내 집이 없다는 건(물론 한국도 부모님 집이지만) 아쉬울 때가 많다. 우표는 계속 미련이 남았지만 할 수 없으니 먹을거나 샀다.
오페라를 보기 위해 오페라하우스로 향했다. 가는 길에 있는 노천 바에서 바글바글하게 많은 사람들이 와인이나 맥주를 한 잔씩 마시고 있었다. 인구밀도가 높은데도 이상하게 여유로운 분위기가 있어서 신기했다. 멜버른에선 인구밀도가 높아서 싫다고 생각됐는데 시드니는 왜 괜찮을까요... 알 수 없네. 오늘 본 공연은 Great Opera Hits라는 제목으로 유명한 아리아를 네 명의 성악가들이 부르는 공연이었다. 나이가 지긋하신 피아니스트가 각 아리아를 시작하기에 앞서 설명을 해 주면서 사회까지 같이 봤는데 재치 있게 진행을 잘하셔서 재밌었다. 무대 위로 관객을 초대하는 곡도 있었고 관객이 일정 부분을 같이 부르도록 유도하는 파트도 있어서 참여적이었다. 성악가들은 처음에는 약간 긴장했는지 그저 그렇다가 뒤로 갈수록 노래를 잘 불렀다. 거의 마지막 가까운 무대에서 여자 성악가 두 명이 같이 부르는 곡이 좋았다. 젊은 남자 성악가는 표정이나 제스처가 연극배우처럼 과장되어 있으면서도 자연스러워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나이 든 남자 성악가는 성이 Kim인 걸 봐서 한국인 같았다. 실력이 아주아주 출중하고 뛰어난 인상 깊은 무대라고 느껴지진 않았지만 평소에 하기 힘든 문화생활을 한 데 의의가 있는 것 같다.
공연 끝나고는 집에 와서 스테이크를 해 먹었는데 저번에 실험적으로 샀던 캥거루 고기도 구워서 먹어봤다. 살 때부터 피가 진짜 많았는데 구웠을 때 색도 되게 어둡고 약간 질기고 끝 맛은 순대 간 같은 맛이 났다. 내 취향은 아닌 걸로... 음식점에서 사 먹은 게 아니어서 정확한 조리법대로 요리된 게 아닐 테니 평가가 어렵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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