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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치댁 뉴질랜드 일상
181129 | 북섬-남섬 이동 여행 4일차 (Wellington Beehive, Cable car, Botanic garden, Te Papa museum, Mount Victoria lookout) 본문
181129 | 북섬-남섬 이동 여행 4일차 (Wellington Beehive, Cable car, Botanic garden, Te Papa museum, Mount Victoria lookout)
치치댁 2024. 1. 10. 12:02(NZ+330) 목요일. 흐림, 비, 맑음
정부 기관인 Beehive를 방문했다. 벌집 모양으로 생긴 특이한 건축물이었는데 무료 투어도 있어서 한 시간 정도 설명을 들으며 이곳저곳을 둘러볼 수 있었다. 마오리 전통 문양으로 장식된 회의실이 화려했다. 거기서 법안에 관련된 국민들의 의견을 듣는데 지금까지 회의에 참석한 제일 어린 사람은 9살이라고 했다. 다양한 사람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려고 노력한다고 한다. TV에 나오는 국회의원들이 둘러앉아서 자리에 마이크 있는 회의실이랑 도서관도 보여줬는데 건물이 역사와 전통이 있어 보이긴 하는데 뭔가 어설픈 느낌이었다. 유럽처럼 화려함의 극치거나 섬세한 아름다움 이런 게 아니고 디테일 떨어지는 장식들을 강약 없이 붙여놔서 투박한 느낌... 다른 건 모르겠고 지진에 대비하기 위해 건물 하부를 베어링으로 다 교체한 시공 시뮬레이션 비디오가 제일 신기했다.
Wellington cable car를 타러 갔는데 그냥 경사진 전철 같았다. Botanic garden이랑 연결돼 있다는 점 빼고는 탈 이유가 없는 것 같다. 편도면 괜찮았을 텐데 주차 시간 때문에 왕복으로 탔더니 더욱 허무했다.
차를 옮겨 세우고 botanic garden을 산책했다. 출입구도 여러 개고 꽤나 컸다. 콘셉트에 따라 정원도 나눠져 있고 산책로도 잘 돼 있었다. 빡세게 관리가 된 느낌은 아니고 동네 산책용 공원 정도의 느낌이었다. 산책해서 다시 케이블카 지점까지 돌아갔다. 그 옆에 observatory도 있는데 휴일이라 들어갈 수는 없었다.
비가 좀씩 내리기 시작해서 쨈한테 박물관까지 걸어가는 건 좀 아닌 것 같다고 그랬는데도 가면서 시티를 구경하겠다고 그냥 걸어가기 시작했다. 비가 점점 많이 와서 Te Papa Museum 도착할 때쯤엔 꽤 많이 젖었는데 다 오니까 비가 그치고 해가 나기 시작했다... 박물관 앞이 항구 근처라 물이 꽤 깊은 곳이 있었는데 애들이 다이빙하고 노는 걸 잠깐 구경했다.
박물관이 생각보다 엄청 잘 돼 있어서 놀라웠다. 특히 제일 첫 층 Gallioli 전투 관련 전시는 컨셉, 동선, 구성을 모두 임팩트 있게 잘 풀어놨다. 실제 사람 3-4배 정도 크기의 극사실주의 사람 밀랍 모형 위주로 동선이 진행되는데 상처와 땀, 얼굴 솜털까지 리얼하게 잘 만들어 놨다. 전투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산 지형에 미디어 파사드로 빔을 쏴서 설명하는 것도 훌륭했고 중간중간 참여를 유도하는 서랍장이나 헌화 꽃 접기 코너도 좋았다. 이런 걸 보면 뉴질랜드는 잘 만드는 걸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3, 4층에 뉴질랜드의 생태와 역사, 마오리 전통, 이민에 대한 전시가 있었는데 거기도 관객의 참여를 유도하는 코너가 전시 곳곳에 배치되어 있었다. 워낙 넓다 보니 구경하면서 슬슬 박물관 특유의 지루함이 느껴졌는데 5층에는 현대미술이랑 추상이 있어서 좋았다. 무지갯빛으로 유리 용기에 각종 향 나는 물질들을 담아놓은 작품이 좋았는데 내가 그냥 컬러 스펙트럼을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다. 호주에서도 그런 게 좋았던 걸 보면. 회전하는 원판 위에 색상 원을 올리면 그걸 분할하고 복제해서 화면으로 보여주는 작업도 재밌었다. 여러 가지 빛을 한 공간에 비추면 그림자가 검정이 아니라 컬러로 생기는 작품도 있었는데 그건 한국에서 봐서 별로 신기하진 않았다. 6층에 시티를 조망할 수 있는 테라스가 있었는데 전시를 너무 열심히 보다가 거기는 가보지도 못하고 클로징 타임이라고 쫓겨났다.
박물관에서 차 세워놓은 데까지 50분 정도 걸어가야 했다. 그냥 걸어가도 됐는데 가다가 우버를 타겠다며 부르더니, 앱에서 현위치를 잘못 잡아줘서 기사가 픽업 장소를 못 찾고 마지막엔 핸드폰까지 꺼져서 결국 못 탔다. 우버를 탈거면 박물관에서 불렀으면 찾기도 쉽고 걷지도 않고 좋았을걸 왜 굳이...? 내 핸드폰까지 꺼져서 사람들한테 Botanic garden 위치를 물어보면서 찾아갔는데 가면서 두 번인가 내가 저 길인 것 같다는 길 말고 다른 길로 가서 결국 삥삥 돌아 두시간 만에 찾아갔다. 내가 말한 길로 가는 게 맞았다... 길 잘못 든 바람에 아까 못 본 로즈가든도 보고 고양이도 만났으니 그러려니 하자.
Mount Victoria Lookout은 꼭대기까지 차로 올라갈 수 있었다. 꽤 높아서 웰링턴 전체가 내려다 보였다. 마침 해가 지는 시간이라 좀 더 기다려서 야경까지 볼까 싶었으나 불 켜진 빌딩이 많지 않아서 좀 구경하다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