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치댁 뉴질랜드 일상

마음까지 힐링되는 마리안 호수 트랙 | Lake Marian Track 본문

뉴질랜드 여행/트레킹

마음까지 힐링되는 마리안 호수 트랙 | Lake Marian Track

치치댁 2023. 2. 24. 12:13

마리안 호수 트랙은 흔들 다리를 통해 에메랄드빛 Hollyford River를 건너며 시작됩니다. 트랙의 초반 10분을 걸어가면 폭포를 감상할 수 있는 구간인 Viewing Gantry가 나오는데, 난간까지 가는 트랙은 아주 예쁘고 걷기 쉽게 잘 정비되어 있었습니다. 루트번 초반부와 비슷한 느낌이 납니다.

폭포가 아주 강력해서 북섬의 후카 폭포가 연상되기도 합니다. 물론 후카 폭포가 규모나 물살이나 훨씬 크고 강하지만요. 투명한 물살이 하얗게 부서지며 거품처럼 되는 모습이 너무 예뻤습니다. 계속 변화하며 새로운 모양을 만들어 내는 것도요. 폭포 파도 윤슬 물빛 다 좋아서 이쯤 되면 전생에 물이랑 뭐가 있었나 싶지만 현생은 수영도 못합니다. 그저 좋아할 뿐..

 

폭포 전망대를 지나면 지금까지의 쉽고 예쁜 길은 훼이크였다 이놈아! 하는 느낌으로 쉽지 않은 마리안 트랙이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3km밖에 안 되는 트랙인데 세 시간 걸린다고 할 때 이미 눈치채긴 했습니다. 5km에 6-8시간 걸리는 브루스터 트랙(Brewster Track)이랑 비슷하게 힘들 것이라는 것을요.

예상대로 브루스터 트랙이랑 놀랍도록 비슷했습니다. 트랙 대부분이 돌과 바위로 이루어진 것, 드러난 나무 뿌리를 밟고 올라가는 길이 많은 것, 쉼 없는 오르막인 것과 비 오면 진흙탕인 것까지. 어제도 비가 안 왔다고 봐야 하고 오늘은 날씨가 아주 좋아서 다행히 진흙탕 패널티는 없었습니다.

 

어제 키써밋 트랙은 쑥쑥 잘 했고, 다리가 뻐근하긴 했지만 다음날 으레 따라와야 할 근육통이 없길래 오?! 나 좀 체력 좋아진 듯! 했는데 좋아지긴 무슨……. 그냥 쉬워서 잘한 거였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하하. 중간중간 계속 사람들 먼저 보내주고 쉬면서 갔더니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트랙은 대부분 숲길인데 중간에 한번, 마지막에 한번 하늘이 트인 곳이 나옵니다.

 

마리안 호수를 보자마자 저는 ‘와…… 물 색깔 좀 봐!’ 했고 쨈은 ‘호수를 둘러싼 산이 너무 멋있는데?’ 라는 감상평으로 저는 물, 쨈은 산 파인 것이 극명하게 갈렸습니다. 하지만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할까요. 산이든 물이든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걸요. 뭐라 표현할 길이 없어 몇 번이고 글을 썼다 지웠다 반복했습니다. 제 사전에 있는 어떤 언어로도 그 정도의 아름다움은 담아낼 길이 없었습니다. 등산의 노고를 무상하게 만드는 풍경. 맑은 날씨에 오늘만큼 감사한 날이 또 있었나 싶습니다.

 

아름다운 마리안 호수 트랙을 더 생생하게 체험하고 싶다면 치치댁 유튜브 채널을 방문해 주세요.

https://youtu.be/BaraIaU1i7k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