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치댁 뉴질랜드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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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일상

190107 | 첫출근

치치댁 2024. 1. 18. 10:17

월요일. 흐리다 맑음

오래 쉬다가 일 나가는 게 걱정돼서 그런지 아침에 일찍 눈이 떠졌는데 다시 잠이 잘 안 와서 얕게 자다 깨다 했다. 물 1.5리터, 커피와 점심 도시락, 추울 때 입을 옷을 바리바리 싸서 출발했다. 비가 부슬부슬 내려서 조심조심 운전해서 갔는데 잘 도착했다.

컴퓨터랑 책상을 나한테 편하게 세팅하라고 하고 할 일을 이것저것 설명을 해줬다. 홈 오피스라서 전형적인 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편하게 생각하라고 했다. 화장실에 세탁기가 있는데 빨래가 끊임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점심시간은 12시긴 한데 쉬는 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진 않아서 언제든 나가서 쉬고 산책하라고 했다. 사무실 사람들도 2주 휴가 후 첫 출근인거라 크리스마스를 어떻게 보냈는지 서로 물어봤다. 내가 전에 왔을 때 있던 늙은 개는 죽어서 마당에 묻어줬다고 했다. 다음주 목요일에 8주 된 새끼 강아지를 데려온다는 얘기를 듣고 직원들이 다 엄청 기대했다. 사진도 보여줬는데 귀엽다... 고양이도 네 마리가 있다는데 오늘은 세 마리만 봤다. 다들 애교쟁이라 손 갖다대면 만져달라고 두발로 일어서고 무릎에도 올라오고 사장님 어깨에도 올라가고 그랬다. 직원들은 다 친절하고 착한데 나는 벙어리같이 지내다가 왔다. 티타임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점심을 모여서 먹는것도 아니어서 대화 할 기회가 별로 없는게 아쉽다. 그래도 직원들끼린 사무실에서 소소한 얘기를 하는데 눈치로는 알아들어도 정확히 무슨 얘기를 하는 건진 잘 모르겠다. 나한테도 뭔가를 알려주기도 하고 그랬는데 말이 오가는 대화라기보단 그냥 듣고 끄덕거리고 웃기만 하고 내가 말할 일은 거의 없었다... 그래도 분위기는 되게 편안하고 눈치보이거나 주눅들거나 그러지 않아서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다녀야겠다. 어차피 첫날이고... 1년 일하면 일상 대화도 좀 할 수 있게 되겠지. 오늘은 아이맥 세팅하고 포스터 컨셉을 잡다가 왔는데 그래도 대충 컨셉이 나와서 이번주 내내 디테일만 올리면 될 것 같다. 시간 땡 되니까 다 칼퇴해서 나도 나왔다.

 

퇴근하고는 Wigram에 있는 city fitness에 갔다. 오픈한지 3일 됐다고 한다. 생각보다 크고 사람도 많았다. 쨈이 옆에서 이거저거 알려줘서 기구 쓰는 하체 운동을 하고 왔다. 운동 혼자 하면 지겨운데 같이 하니까 좋은 것 같다.

집에 오니 독일에서 온 편지가 있었다. 저녁을 먹고 한시간 동안 집중해서 뭐든 하기로 한 시간에 Driving road code 테스트 홈페이지에 가서 문제를 풀었다. 쨈이 내가 운전하는 걸 보더니 운전 다시 공부하래서... 차선이 반대고 한국에는 잘 없는 라운드어바웃이 많아서 따로 좀 알아야 되는 것들이 있는데 비슷한 퀴즈가 계속 반복돼서 학습이 됐다.

내일 가져갈 점심 샌드위치를 싸고 왕좌의 게임을 시청했다. 이제 시즌 3까지 다 봤다. 오늘 진짜 알차게 보냈다. 모든 계획을 다 실천했네. 다리 아프다. 빨리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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