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치댁 뉴질랜드 일상

180406 | 오클랜드 근교 여행 - 피하 비치 (Piha beach) 본문

뉴질랜드 여행/관광지

180406 | 오클랜드 근교 여행 - 피하 비치 (Piha beach)

치치댁 2023. 7. 12. 10:47

(NZ+93) 금요일. 맑음

오늘 학원 끝나고 비트윈 사람들이랑 차를 렌트해서 피하 해변에 갔다. 가기 전에 털보네에서 순댓국을 먹었는데 양이 진짜 많아서 셋이서 두 개 시키면 항상 배부르게 먹는 것 같다. Jucy에서 차를 빌려서 카운트다운에서 장을 보고 나니 3시가 넘어서 출발하게 됐다. 피하 가는 길은 고속도로를 거의 안 타고 해변 근처 가서는 거의 20분 이상 급커브 길이었다.

피하는 지금까지 가본 해변 중에 사람이 제일 없고 너무 예쁘고 좋았다. 해변에 큰 바위들이 드문 드문 있는데 그것도 멋있고, 서핑으로 유명하다더니 듣던 대로 파도가 매우 높았다. 비치타월을 깔고 앉아서 시간을 좀 보내니까 해 질 시간이 다 되어서(서머타임 끝나니까 해 진짜 빨리 진다) 물에 들어갈까 바위 등산로를 올라가 볼까 고민하면서 수영복으로 갈아입었지만 결국 바위에 올라가기로 했다. 올라가서 낙조를 보려고 했는데 해 지는 방향으로 길이 안 나있어서 급하게 내려와서 해 지는 걸 봤다. 시시각각으로 바다랑 하늘색이 변하는데 오묘한 보랏빛이었다가 빨갛기도 하고 노랗기도 하고 너무 예뻤다. 오늘 날씨도 너무 좋았다. 피하 근처에 사는 사람들은 매일 이런 풍경을 보면서 살 수 있다니 너무 좋겠다.

해가 넘어가고 나서는 여명이 남은 바다를 맨발로 뛰어다니는데 너무 자유로웠다. 모래는 엄청 차가운데 오히려 물은 따뜻했다. 해변이 광활해서 아무리 뛰어도 눈에 보이는 바위까지 닿지가 않았다. 우리 말고 아무도 없는 넓고 어두운 바닷가에서 파도가 밀려나간 물 자국에 하늘이 반사되는 것도, 밤하늘에 별이 가득한 것도 아름다웠다. 오랜만에 뉴질랜드에 있는 것 같았다. 푸르고 맑은 낮에서 은하수가 보이는 별이 총총한 칠흑 같은 밤까지 변화하는 자연이 눈앞에 펼쳐져 있는 건 참 경이로운 일이다.

해변에서 캄캄해질 때까지 노닥거리다가 불빛이 하나도 없어서 야반도주하듯 바다를 빠져나왔다. 해가 떨어지고 나니까 시간 감각이 이상해져서 차로 돌아오니 8시였는데 체감상으론 11시는 된 것 같고 순댓국 먹은 건 마치 어제의 일 같았다. 그래서 외곽에 사는 사람들이 일찍 잔다고 하더라. 짧은 시간이었지만 할 것 다 하고 알차게 보내다 왔다. 가로등 하나 없는 길에서 운전하면서 돌아오는 길에 무서운 얘기를 하다가 점점 실화로 넘어갔는데 결론은 무서워서 한국에서 못살겠다는 걸로 마무리... 한국에 있을 땐 뉴스도 숨 막히고 말도 안 되는 사건사고 듣는 것도 힘들었는데. 사회에 관심을 가지고 노력해야 되는 게 맞지만 그런 것들이 삶을 피로하게 만드는 느낌이기도 하다.

오랜만에 멀리 나가기도 했고 날도 좋고 바다도 예쁘고 여행 온 것 같아서 좋은 하루였다.

 

* Mayu는 일본에 잘 도착했다고 한다. 굿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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