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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뉴질랜드 여행/트레킹 (15)
치치댁 뉴질랜드 일상
피오르드랜드 쪽이 워낙 다우지여서 일기 예보가 3일 내내 흐리고 비라고 하길래 걱정했는데 시작 포인트에 도착할 때쯤 되니 해가 나면서 풍경이 너무 예뻤습니다. 눈 덮인 산과 흘러내리는 폭포, 차로 시작점까지 들어가는 숲길이 황홀했습니다. 쨈이 본인이 해본 여러 개의 트랙 중 단연 베스트로 뽑기도 했고 그에 상응하는 풍경이 시작도 전부터 펼쳐져서 무척 기대가 됐습니다. 생각해 보니 여태껏 트레킹 가면서 기대를 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엔 루트번 트랙이 어떤 풍경을 보여줄지 설레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첫날은 거의 숲길이고 길이 잘 되어 있었습니다. 쨈이 루트번 트랙을 좋아하는 이유가 쉬우면서도 풍경이 계속 변하고 끊임없이 멋진 장면이 나와서 라고 했는데 확실히 길이 편안했습니다. 숲 사이로 내리쬐는 햇빛이 예..
마지막날은 가벼운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며 아주 쉬운 길을 걷는 일정입니다. 대신 18km로 가장 긴 구간이라 6시간이 걸린다고 나와 있었습니다. 물론 저는 그보다도 더 오래 걸리지만요. 새벽 다섯 시 반에 눈을 떴는데 뭔가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멜로디가 들리길래 옆방에서 알람이 울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나와보니 새소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덤플링 헛에서 들은 새소리는 굉장히 특이하고 예뻤습니다. 트랙을 걸으며 같은 종으로 생각되는 새소리를 많이 들었는데 음색은 비슷한데 멜로디는 다 달랐거든요. 저는 마음속으로 그 새들을 '컴퓨터 기계음 새'라고 생각했는데 한 번도 눈에 보이진 않아서 어떻게 생긴 친구들인지 궁금했습니다. 7시에 출발했는데 오늘은 두 시간 정도 지나니 발이 박살 나는 느..
가장 힘들고 가장 멋있었던 셋째 날. 맥키넌 패스(Mackinnon Pass)라는 고개를 넘어야 하는 일정이라 지도를 봤을 때 고도 상승이 심해 보이고 걷는 시간도 길어서 시작 전부터 가장 걱정되는 날이었습니다. 다음 헛인 덤플링 헛(Dumpling Hut)까지만 해도 여섯 시간 반이 걸리고, 폭포를 보려면 추가로 한 시간 반을 다녀와야 합니다. 공식적인 일정만 여덟 시간인 셈인데, 실제로는 열 시간 반이 걸렸습니다... 무릎이랑 발이 다 너덜너덜해졌습니다. 5:30에 새벽같이 일어나 7시에 출발해서 덤플링 헛에는 다섯 시 반에 도착했습니다. 그래도 그레이트워크라 길이 잘 다듬어져 있고 굽이굽이 올라가게 되어 있어서 맥키넌 패스 올라가는 건 생각보다 수월했습니다. 이제 막 출발해서 체력도 가장 좋은 순간..
둘째 날은 Mintaro Hut까지 약간 경사진 길을 16.5km 걷습니다. 어제만큼 날씨가 화창해서 반팔을 입고도 땀을 많이 흘렸습니다. 숲길과 열린 공간이 반복되는데, 트인 공간은 커다란 산들로 둘러싸여 있었습니다. 중간중간 폭포가 많았는데 폭포에서 쉴 때면 웨카가 와서 기웃기웃거렸습니다. 아침 6:30에 일어나서 8시에 출발했는데 4시쯤 민타로 헛에 도착했습니다. 여섯 시간 걸릴 거라고 적혀 있었는데 여덟 시간으로 늘려버리는 제 체력 어쩌죠…. 오래 걸으니까 발꿈치가 깨질 것 같이 아팠습니다. 결국 막판엔 쨈이 30분간 짐을 들어줬습니다. 처음엔 십 분만 들게 해야지 생각했는데 힘드니까 도저히 그만 들라는 소리가 안 나왔습니다. 그리고 제가 기어가는 속도로 가는 것보단 차라리 조금이라도 빨리 헛에 ..
1시 25분에 테아나우 Fiordland National Park Visitor Centre 앞에서 트랙넷(TrackNet) 버스를 타고 테아나우 다운스(Te Anau Downs)까지 갔습니다. 거기서 또다시 페리를 타고 한 시간 조금 안 되게 가면 밀포드 트랙의 시작점이 나옵니다. 오스트랄라시아에서 가장 큰 담수호인 테아나우 호수(Lake Te Anau). 페리를 타고 지나가며 보이는 풍경엔 다른 세계의 느낌이 물씬 풍깁니다. 시간을 거슬러 손을 타지 않은 태초의 자연으로 항해하는 것 같았습니다. 가이드 투어 그룹과 같은 페리였기 때문에 선박이 작지 않아서 흔들림 없이 편안하게 갈 수 있었습니다. 첫날은 클린턴 헛까지 한 시간 반(5km)만 걸으면 되는 짧은 일정입니다. 걷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
마오리 새해가 시작되는 Matariki가 올해부터 공휴일로 지정돼서 트레킹을 갔습니다. 쨈이 2주 전부터 Foggy peak 가야 된다고 노래를 불렀거든요. 트랙이 잘 되어 있는 곳이 아니고 경사가 꽤 있는 지속적 오르막이라 별로 내키진 않았지만 다른 대안도 없고 해서 강아지가 허용되는 트랙이라 몽구를 데리고 갔습니다. 가는 길에 산에 눈이 꽤 많이 덮여 있었는데 슈가파우더를 뿌린 듯 체 쳐진 모양같이 쌓여서 예뻤습니다. 트랙은 Porters pass viewpoint에 주차를 하고 거기서부터 걸어서 올라갈 수 있는데, 전망대에서 드론을 날리려고 했지만 바람이 강해서 못 띄우고 가방에 넣어서 출발했습니다. 아주 초반부엔 주황색 봉으로 표시가 되어 있었지만 곧 사라졌습니다. 계속 자갈길이 이어졌는데 조금 ..
Waitangi Day 공휴일을 맞아 이센, 쨈, Jo와 몽구까지 같이 Mount Lyndon Track에 갔습니다. 5일 전에 확인했을 땐 비가 내릴 수도 있는 일기 예보였는데 바로 전날 날씨를 확인하니 구름 표시로 바뀌어 있어서 마음 놓고 출발했습니다. Jo는 작년에 한 번도 못 만났는데 오랜만에 보니 반가웠습니다. 우리 집에서 모여서 다 같이 이센 차로 이동했습니다. 뉴질랜드는 트레킹을 할 수 있는 곳이 워낙 많은데 그 중에는 안내판이 없고 알아서 길을 찾아서 올라가야 하는 트랙들도 많습니다. 마운트 린돈 트랙도 그중 하나여서 출발점이 어딘지 몰라서 헤매다가 린돈 롯지 앞에 차를 세우고 올라가기로 했습니다. 롯지 앞에는 이미 여러 대의 차가 세워져 있었는데 대부분 린돈 호수에서 휴양을 하러 온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