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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치댁 뉴질랜드 일상
남섬 여행을 하는 사람이라면 지나가는 길에 무조건 보게 되는 대표 호수 두 곳. 푸카키 호수는 아래쪽보다는 언덕 위에 차를 세운 후 보는 게 제일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날씨와 시간을 잘 맞추면 정말 황홀한 호수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강한 햇빛 아래서 봐야 형광파랑처럼 쨍한 빙하호 색을 제대로 볼 수 있습니다. 흐린 날이나 해 지는 시간에는 일반 호수의 물 색으로 보이곤 합니다. 이 때는 날씨가 워낙 좋아서 지금까지 중에서도 특출 나게 색이 아름다웠습니다. 선명한 파랑의 호수 건너로 보이는 눈 덮인 마운트쿡은 언제 봐도 절경입니다. 타들어가는 날씨에도 풍경만은 너무나 시원하게 느껴집니다. 파란 호수 위로 반짝이는 물결을 보고 있으면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알 수 없을 지경입니다. 테카포 호수는 좀 더 ..
이른 저녁을 먹고 소화시킬 겸 산책한 곳들. 와카티푸 호수는 퀸스타운이 큰 관광지임에도 불구하고 엄청 맑습니다. 사람들이 호숫가 혹은 호숫가를 둘러싼 낮은 돌담에 앉아 여유를 즐기는데, 많은 사람들이 퍼그버거를 먹는 진귀한 풍경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마치 퍼그버거를 먹는 공식 장소인 것처럼요. 유람선, 제트보트를 비롯한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퀸스타운 가든은 예전에 가족여행 왔을 때 잠깐 와봤던 것도 같은데 이번에 처음 제대로 둘러봤습니다. 루프 트랙으로 한 바퀴 돌 수 있는데 와카티푸 호수와 주변의 산과 언덕을 산책하며 계속 다른 각도로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루프트랙 안쪽으로 공원을 가로지르는 트랙도 조경을 잘해놔서 걷는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장미정원도 예쁘고, 연잎으..
마지막날은 가벼운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며 아주 쉬운 길을 걷는 일정입니다. 대신 18km로 가장 긴 구간이라 6시간이 걸린다고 나와 있었습니다. 물론 저는 그보다도 더 오래 걸리지만요. 새벽 다섯 시 반에 눈을 떴는데 뭔가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멜로디가 들리길래 옆방에서 알람이 울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나와보니 새소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덤플링 헛에서 들은 새소리는 굉장히 특이하고 예뻤습니다. 트랙을 걸으며 같은 종으로 생각되는 새소리를 많이 들었는데 음색은 비슷한데 멜로디는 다 달랐거든요. 저는 마음속으로 그 새들을 '컴퓨터 기계음 새'라고 생각했는데 한 번도 눈에 보이진 않아서 어떻게 생긴 친구들인지 궁금했습니다. 7시에 출발했는데 오늘은 두 시간 정도 지나니 발이 박살 나는 느..
가장 힘들고 가장 멋있었던 셋째 날. 맥키넌 패스(Mackinnon Pass)라는 고개를 넘어야 하는 일정이라 지도를 봤을 때 고도 상승이 심해 보이고 걷는 시간도 길어서 시작 전부터 가장 걱정되는 날이었습니다. 다음 헛인 덤플링 헛(Dumpling Hut)까지만 해도 여섯 시간 반이 걸리고, 폭포를 보려면 추가로 한 시간 반을 다녀와야 합니다. 공식적인 일정만 여덟 시간인 셈인데, 실제로는 열 시간 반이 걸렸습니다... 무릎이랑 발이 다 너덜너덜해졌습니다. 5:30에 새벽같이 일어나 7시에 출발해서 덤플링 헛에는 다섯 시 반에 도착했습니다. 그래도 그레이트워크라 길이 잘 다듬어져 있고 굽이굽이 올라가게 되어 있어서 맥키넌 패스 올라가는 건 생각보다 수월했습니다. 이제 막 출발해서 체력도 가장 좋은 순간..
둘째 날은 Mintaro Hut까지 약간 경사진 길을 16.5km 걷습니다. 어제만큼 날씨가 화창해서 반팔을 입고도 땀을 많이 흘렸습니다. 숲길과 열린 공간이 반복되는데, 트인 공간은 커다란 산들로 둘러싸여 있었습니다. 중간중간 폭포가 많았는데 폭포에서 쉴 때면 웨카가 와서 기웃기웃거렸습니다. 아침 6:30에 일어나서 8시에 출발했는데 4시쯤 민타로 헛에 도착했습니다. 여섯 시간 걸릴 거라고 적혀 있었는데 여덟 시간으로 늘려버리는 제 체력 어쩌죠…. 오래 걸으니까 발꿈치가 깨질 것 같이 아팠습니다. 결국 막판엔 쨈이 30분간 짐을 들어줬습니다. 처음엔 십 분만 들게 해야지 생각했는데 힘드니까 도저히 그만 들라는 소리가 안 나왔습니다. 그리고 제가 기어가는 속도로 가는 것보단 차라리 조금이라도 빨리 헛에 ..
1시 25분에 테아나우 Fiordland National Park Visitor Centre 앞에서 트랙넷(TrackNet) 버스를 타고 테아나우 다운스(Te Anau Downs)까지 갔습니다. 거기서 또다시 페리를 타고 한 시간 조금 안 되게 가면 밀포드 트랙의 시작점이 나옵니다. 오스트랄라시아에서 가장 큰 담수호인 테아나우 호수(Lake Te Anau). 페리를 타고 지나가며 보이는 풍경엔 다른 세계의 느낌이 물씬 풍깁니다. 시간을 거슬러 손을 타지 않은 태초의 자연으로 항해하는 것 같았습니다. 가이드 투어 그룹과 같은 페리였기 때문에 선박이 작지 않아서 흔들림 없이 편안하게 갈 수 있었습니다. 첫날은 클린턴 헛까지 한 시간 반(5km)만 걸으면 되는 짧은 일정입니다. 걷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
마오리 새해가 시작되는 Matariki가 올해부터 공휴일로 지정돼서 트레킹을 갔습니다. 쨈이 2주 전부터 Foggy peak 가야 된다고 노래를 불렀거든요. 트랙이 잘 되어 있는 곳이 아니고 경사가 꽤 있는 지속적 오르막이라 별로 내키진 않았지만 다른 대안도 없고 해서 강아지가 허용되는 트랙이라 몽구를 데리고 갔습니다. 가는 길에 산에 눈이 꽤 많이 덮여 있었는데 슈가파우더를 뿌린 듯 체 쳐진 모양같이 쌓여서 예뻤습니다. 트랙은 Porters pass viewpoint에 주차를 하고 거기서부터 걸어서 올라갈 수 있는데, 전망대에서 드론을 날리려고 했지만 바람이 강해서 못 띄우고 가방에 넣어서 출발했습니다. 아주 초반부엔 주황색 봉으로 표시가 되어 있었지만 곧 사라졌습니다. 계속 자갈길이 이어졌는데 조금 ..
오늘의 블루베리 수확. 오늘부터 일주일간 이센이 우리 집에서 지내게 돼서 점심을 먹고 같이 블루베리를 따러 갔습니다. 오늘도 날씨가 엄청 좋았습니다💙 저번에 따러 갔을 때 올해 유난히 더 열매가 많이 달렸다고 느꼈는데 그래서인지 아직도 딸 게 엄청 많이 남아 있었습니다. 평소엔 1월 말쯤 블루베리 끝물이었던 것 같은데 오히려 저번에 갔을 때보다도 수확할 게 더 많아진 것 같았습니다. 오늘은 특히나 나무 하나에서 1리터 플라스틱 통을 꽉 채울 만큼 땄는데 따면서 계속 감탄했습니다. 블루베리 나무 하나만 아주 잘 키워도 여름 내내 풍족하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 1년 반 전에 심은 저희 집 블루베리 나무는 아직도 너무 애기예요. 크는 속도가 엄청나게 더뎌서 블루베리 농장처럼 커지려면 10년은 기다려야 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