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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치댁 뉴질랜드 일상
(NZ+296) 금요일. 맑음 세은이 편지 100군데 넘게 지원, 키위 회사 한 군데 더 인터뷰 룸메와 대화 인생 연습 아침에 부엌에 나가보니 드디어 세은이가 보낸 편지가 와 있었다. 이제 나한테 편지 보냈다고 연락한 사람들 거는 다 온 듯하다. 나를 대신해서 뽑아준 청년성경모임 말씀사탕과 소화데레사 스티커도 있었다. 편지는 언제 누구에게 받든 늘 특별하지만 외국에서 받는 편지는 좀 더 특별한 것 같다. 필요한 거 없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에게 여기서 다 살 수 있다고 편지나 보내달라고 말하곤 하는데 정말로 필요한 게 없기도 하거니와(이미 짐도 너무나 많다) 더 필요한 것은 나를 기억해 주는 마음인 것 같기 때문이다. 요즘은 소셜 미디어가 워낙 잘 되어 있어서 지구 반대편에서도 다른 사람들이 뭘 하며 지내..
(NZ+292) 월요일. 맑음 요즘 좋은 날씨 선물 받은 꽃 관리 Martin과 커피 새로운 룸메이트와 대화 렌트 쫓겨날까 봐 이사 걱정 요새 날씨가 정말 끝내주게 좋다! 나는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어서 요새 기분이 꽤 괜찮다. 선물 받은 꽃은 장미가 가장 먼저 시들었는데 다른 꽃들과 잎은 아직 상태가 괜찮아서 꽃다발에서 분리해서 다시 정리해서 꽂아뒀다. 꽃 선물은 시들기도 하고 비싸서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확실히 방에 꽃이 있으니 생기가 있어 좋다. 보영언니가 꽃은 어찌 보면 사치품일 수도 있지만 그 순간의 아름다움을 위해 선물하는 거라고 했는데(정확한 워딩은 이게 아니고 듣는 순간에는 엄청 낭만적이라고 느껴지게끔 얘기를 해줬는데 내 기억력...) 어떻게 생각하면 부질없는 것 같지만 다르게 생..
(NZ+291) 일요일. 맑음 어제 랑기토토 트레킹 다녀와서 졸려서 일찍 자고 오늘 늦게 일어났다. 새로운 룸메이트가 들어왔다. 단기로 들어온 거라 10일 뒤에 나간다고 했다. 아줌마가 렌트 구하는 사이트에 장기는 안 올리고 단기만 올려놨단다. 사람이 계속 안 구해지니까 매번 수정해서 올리더니만 쯧쯧... 미사 끝나고 장 보고 오는 길에 오늘 인도 페스티벌이 끝나서 불꽃놀이 하는 걸 봤다. 타이밍이 맞아서 딱 마지막 부분만 봤는데 마지막이면 피날레였을 것 같은데 참 오클랜드스럽네.
(NZ+289) 금요일. 맑음 보영언니네 초대받아서 놀러 갔다. 진짜 오랜만의 만남이다! 새 집으로 이사 가고 언니랑 우주랑 둘 다 아파서 정신이 없었다고 했다. 연어회덮밥을 해주셨는데 맛있었다. 재료 써는 게 일이라 그렇지 간단하고 맛있어서 집에서도 가끔 해 먹어야겠다. 못 보던 사이에 우주가 엄청 컸다. 정말 신기하다. 지난번에 만났을 때만 해도 말도 잘 못하고 감정표현도 서툴었는데 몇개월 지났다고 말도 잘하고 문장도 만들고 자기 의사 표시도 한다. 애기에서 어린이가 되었다. 키도 많이 커진 것 같고. 이모 이모 하면서 계속 내 무릎에 와서 앉는데 붙임성도 좋고 확실히 여자애라 그런지 엉덩이 붙이고 잘 논다. 우주가 생일 축하 노래에 꽂혀서 노래를 부르다가 내 생일 언제인지 물어봤는데 마침 그저께여..
(NZ+287) 수요일. 흐림 소소하게 파티도 하고 축하도 받고 꽃과 선물도 받은 뉴질랜드에서의 첫 생일이었다. 날이 흐려서 비가 잠깐씩 부슬부슬 온 덕분에 선물로 받은 Blunt umbrella를 바로 개시해 볼 수 있었다. 여러 사람들이 맛있다고 추천해줬던 베이글 메뉴만 파는 카페인 Best ugly에 드디어 가 봤다. 예전에 주말 오전에 지나가면서 봤을 때 사람이 꽉 차 있던데 확실히 특징이 있으니까 장사가 잘 되는 것 같다. 깔끔하고 가볍게 먹기 좋은 메뉴였다. 가격은 음식 대비 가볍지는 않은 것 같지만. 직원들 엄청 활기차고 메뉴 추천도 잘 해줬다. 커피 진짜 맛있다고 우리 바리스타 치치에서 영입해 온 사람이라고 자랑하더니 진짜로 아아가 맛있었다. 오후에는 비트윈에 입간판을 그려주러 갔다...
(NZ+278) 일요일. 맑음 Rosa랑 Alberton에서 열린 Vintage market에 갔다. 오랜만에 근교에 나가니까 냄새부터 달랐다. 상쾌하고 쾌적하다! 시티가 생활하기 편리하긴 하지만 뉴질랜드의 정취를 느끼기엔 부적합한 것 같다. Rosa는 컬러링 meet up에서 만났는데 둘 다 요새 바빠서 그 밋업은 안 나가고 따로 연락이 와서 만난 건데 반가웠다. 나한테 아이스크림도 사주고(정작 본인은 안 먹고 나 사주고 싶다면서 사줌...) 손수건도 하나에 50센트래서 세 개 사더니 나한테 하나 줬다. 나한테 왜 이렇게 잘해주지? 좋은 사람이네... 다음에 만나서 커피라도 사야겠다. 빈티지 마켓 재밌었다! 유럽에서 봤던 걸 생각하면 소꿉장난 정도의 스케일과 퀄리티지만 Rosa가 이거 저거 잘 물어보고..
(NZ+276) 금요일. 맑음 CAE 남은 사람들 모임 전덕 팀장님과 만남 그리고 깨달음 키위회사 두 군데 면접을 보면서 느낀 것 오늘 Kaana, Luis랑 같이 Matt을 만나기로 해서 점심시간 되기 전에 학원에 잠깐 앉아 있었는데 왠지 좋았다. 여기는 여전히 에너지가 넘치는구나. 학원 다닐 때 재밌었는데... Sushi train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오클랜드에서 회전초밥집은 처음 와봤다. 이제 CAE 반 친구들도 두 명밖에 안 남았다. 오랜만에 보니 다들 반가웠다. Matt은 학원 다닐 때는 좀 어려웠는데 오히려 코스 끝나니까 되게 인간적이게 느껴지고 연락 주고받기도 편하고 "같이 밥 한번 먹자!" 이런 얘기도 잘해줘서 이렇게 모일 기회도 생기고 좋다. 점심시간이 한 시간밖에 안 돼서 다들 밥을 먹..
(NZ+267) 목요일. 맑음 집도 회사도 문제 힘든 것에 내성이 부족한 나 조금 더 되는대로 살자 다짐 지금 내외적으로 아주 불안정한 시기를 지나고 있다. 집도 회사도 문제가 많다. 누구의 인생에나 사연은 있기 마련이지만 구구절절 쓰기도 애매할 만큼 동시다발적으로 문제가 생겨서 멘탈 탈탈인데, 다른 사람들이랑 통화하다 보니 생각보다 대수롭지 않은 상황 같기도 하다. 나는 곱게도 자랐다. 여기 와서 내 뜻대로 인생이 살아지질 않으니까 더 그랬다는 걸 느낀다. 그렇다고 한국에서 힘들지 않았냐 하면 그건 아니다. 크게 실패해 본 적이 전혀 없는 인생을 살아왔음에도 나는 왜인지 항상 힘들었다. 이래서 힘들고 저래서 힘들고. 그리고 지금 뉴질랜드에서도 물론 힘들다. 아주 힘든 상황을 겪어본 사람은 사소한 고난..